[인턴열전] 불법주차 오토바이 수백대 몰려 '365일 아수라장'…동대문시장 불법 단속 동행해 보니

김우영 기자 서영일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입력 2019.09.21 15:32
동대문시장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 단속 동행
‘퀵 오토바이’ 몰리면서 365일 ‘교통 체증'
4시간만에 100건 단속했는데…처벌 권한은 無
서울시 "시민 안전 위협…뿌리 뽑겠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서울지하철 동대문역 9번 출구 앞. ‘불법 주·정차 특별단속 구역’이란 안내 팻말 아래 오토바이 100여 대가 빼곡히 늘어섰다. 종로 흥인지문(동대문) 방면 편도 3개 차선 중 1개 차선은 사실상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전락한 모양새였다. 인도 위까지 주차된 오토바이를 피해 걷는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에 주차된 오토바이들은 인근 평화시장과 동화상가 등 동대문 의류 시장에서 나온 의류 부자재를 배달하는 이른바 ‘퀵 서비스’ 오토바이였다. 동대문 방면 차선을 오토바이들이 가로막으면서 일대는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꽉 막힌 도로에 참다못한 택시 승객들이 차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뛰어가기도 했다. 이날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선 유승호 서울시 단속팀장은 "종로 3가역부터 동대문역에 이르는 이 구간은 365일 내내 불법 주차된 오토바이들로 교통 체증이 심각하다"며 "수십 년간 단속과 계도를 반복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정다운
◇불법 주·정차로 난장판 된 종로·청계천…"365일 아수라장"
서울시가 종로·청계천 일대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불법주차와 난폭운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시는 종로3가부터 청계3가까지 약 4.6㎞에 달하는 구간에 총 60여 명을 투입,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기한은 오는 10월 31일까지, 45일 동안 진행된다. 동대문 의류시장 일대 오토바이 단속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인원이 투입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인턴기자는 단속 첫날인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시 교통지도과 소속 공무원 2명을 동행했다. 주변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오토바이 수백 대가 도로뿐 아니라 인도에 떡하니 자리 잡아, 시민들의 통행이 어려웠다. 일부 시민들은 "길을 막은 오토바이를 다 끌고 가라" "인도까지 올라온 오토바이들 철저하게 단속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도로 뒤편 청계천 일대도 혼잡하긴 마찬가지였다. 청계천을 따라 ‘전용 하역 주차 구역’이 마련돼 있지만, 최대 1000대까지 몰리는 오후 시간엔 태부족이라고 한다. 결국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오토바이들이 차도 위까지 점거하는 것이다. 여기에 도로까지 좁아지면서 청계천로 양방향은 차들로 꽉 막힌다.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는 퀵 기사 정모(52)씨는 "하루에도 10여 곳씩 배달하다 보면 워낙 바쁘다 보니 불가피하게 길거리에 오토바이를 세우게 된다"며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알지만 생업인지라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청계천로를 따라 설치된 자전거도로 상황도 비슷했다. 청계 5가부터 7가까지 1.2㎞ 구간에 이르는 자전거도로에도 오토바이 수십대가 무단 주차돼 있었다. 이날 기자가 직접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이 구간 자전거 도로를 달려보니, 사실상 주차된 오토바이들을 피해 주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전거도로 위 오토바이를 피해 차도로 달리다가 택시나 트럭에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인근 상가에서 영업 중인 이모(40)씨는 "청계천 옆 인도는 폭이 좁아 오토바이 한 대만 올라와도 사람이 지나가기 매우 힘들다"며 "자칫 오토바이라도 넘어지면 행인이 다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일 자전거로 통근을 한다는 직장인 전모(30)씨는 "주차된 오토바이들 때문에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항상 불안하다"며 "단 한번도 청계천 일대 자전거도로가 깨끗한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지하철역 동대문역 인근에 불법 주·정차된 오토바이들. /서영일 인턴기자
◇ 단속해도 ‘대리 신고’만처벌 권한은 없는 서울시 단속팀
이날 기자와 서울시 단속팀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적발한 오토바이는 100건이 넘었다. 이들 모두 단속 첫 주였기 때문에 모두 계도 조치에서 끝이 났다고 한다. "계도 기간이 끝나면 바로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냐"는 질문에 단속팀 관계자는 "범칙금을 직접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단속반이 할 수 있는 일은 행정안전부의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신고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시 단속팀이 적발한 불법 주정차 오토바이 목록 .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2시간 동안 총 84대가 적발됐다. /서영일 인턴기자
현행 도로교통법상 이륜자동차가 주차장 외의 장소에 주·정차를 하거나 보도 위를 주행시 각각 3만원,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범칙금 부과 및 징수 권한은 모두 경찰에게만 있다. 서울시에서 본격적으로 단속을 실시해도 여전히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서 ‘대리 신고'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날 기자도 단속팀 도움을 받아 직접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불법 주·정차 이륜차를 신고해봤다.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가 끝나고 해당 사진을 첨부한 뒤 위치를 찍어 손쉽게 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신고한 지 11분 만에 생활안전신고 민원이 서울특별시 종로구로 이송됐음을 알리는 문자를 받았다. 이튿날 아침 9시 경찰청 소관 사항으로 이송됐다는 문자도 왔다. 단속팀은 매번 이런 절차로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었다.

서건석 서울시 교통지도과 주무관은 "우리에게 단속 권한은 없어도 불법 행위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매일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단속 공무원이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시 단속반 관계자들이 종로 일대에서 불법 주·정차된 이륜차를 단속하고 있다. /서영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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