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만난 검사들 "왜 이런 자리 만드나…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윤주헌 기자 김정환 기자
입력 2019.09.21 01:45

[조국 파문] 수사 대상인 법무장관과 검사 21명 '불편한 대화'

검사들, 법무부가 사진 찍자 "언론 공개 말라"… 단체사진도 거부
조국, 2시간여 중 상당시간 '검찰 외압 폭로' 안미현 검사와 대화
검찰 내부 "조국이 검찰개혁? 유승준이 국민에 군대가라 하는 것"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해 추가 압수 수색을 진행한 20일 조 장관은 의정부지검을 찾아 첫 '검사와의 대화'를 가졌다. 지난 16일 이를 준비하라고 한 뒤 나흘 만에 행사를 가진 것이다. 외부에 내용을 알리지 않는 비공개 대화였다. 검찰 내부에선 "수사 대상인 조 장관이 일선 검사들과 대화하겠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조 장관은 행사를 강행했다.

조 장관은 이날 정오부터 오후 2시 15분까지 평검사 21명과 오찬을 겸한 자리를 가졌다. 오후 1시 30분에 마치기로 돼 있었는데 대화가 길어졌다. 점심은 2만원대 도시락이었다.

검사들은 조 장관이 불편해할 만한 말들을 가감 없이 전했다고 한다. 특히 그런 자리 자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 등에 따르면 한 검사는 대화 도중 "'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검사는 "형사부 검사들은 일이 많아 힘든데 이런 자리를 만들어 다 참석하게 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편함과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검사들이 인사권을 가진 장관에게 이런 말을 꺼낸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조국, 의정부지검서 ‘검사와의 대화’ - 20일 의정부지검 관계자(왼쪽)가 ‘검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정오부터 2시간가량 평검사 21명과 오찬을 겸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참석한 일부 검사는 “이 자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검사들은 법무부에서 대화 중간에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서도 조 장관에게 "대외적으로 (사진이) 나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대화가 끝난 뒤 법무부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한 검사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해 결국 사진을 찍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 검사 중에는 작년 2월 "강원랜드 사건 수사를 하는데 대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안미현 검사도 있었다. 참석한 검사 대부분이 조금씩 발언했지만, 상당 부분은 안 검사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 개혁안이 없으면 장관 그만둬야 한다" "형사부 일이 너무 많으니 이에 대한 개혁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불만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은 "우리가 일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개혁 대상이 됐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조 장관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에서 사후 통제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라면서 "경찰이 어린아이라고 해서 권한을 아예 주지 않는 것은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장관이 경찰을 '어린아이'에 비유해 놀랐다"고 했다.

조 장관 취임으로 인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는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취지로 말을 했고, 조 장관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대화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검찰 수사에 대한 얘기가) 살짝 나왔다"고만 말했다.

조국 고향 부산서 3000여명 촛불집회… 황교안 “조국은 사회의 독버섯” -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당원 등이 20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조 장관 고향인 부산에서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3000여명이 참여했다. 황교안 대표는 “조국은 우리 사회의 독버섯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한국당 이헌승 의원이 삭발했다. /김동환 기자
전국의 검사들은 이날 대화를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고 있는 장관이 일선 검사들을 모아놓고 대화한다는 것이 시기나 형식 면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진실한 대화를 듣고 싶으면 수사가 마무리되고 난 뒤 해도 늦지 않을 텐데 급하게 서두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참석자들이 대부분 형사부 검사들인데 이들이 얼마나 바쁜지 전혀 모르고 일방적인 대화를 연 것"이라고 했다.

공개적인 비판도 나왔다.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신임 장관이나 총장이 전국 청을 두루 돌면서 검찰 구성원들과 대화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왜 그걸 하필 '지금' 하느냐"고 했다. 이어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 하러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오늘의 저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구스럽다"고 했다. "지금 신임 장관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을 상대로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질의응답'은 사전에 준비되지 않았고 '사전 각본'도 없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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