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보다 베트남 출신 더 많아져… 대학들, 베트남서 학생 유치 경쟁

이영빈 기자
입력 2019.09.21 03:00

[아무튼, 주말] 베트남 연수생 2만명 시대

대전대학교가 지난 7월 ‘2019 베트남 외국인 유학생 체육대회’를 열었다. 대전대를 비롯해 우송대, 충남대 등 14개 대학 베트남 출신 유학생 약 250명이 참여했다. /대전대학교
전주대학교는 지난해 여름 국제교육원 앞에 100여대의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거치대를 만들었다. 자전거를 주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베트남 학생들을 위해서다. 설치 전에는 건물 주위가 '자전거 밭'이었다. 한국 학생들은 "통행에 방해된다"며 항의하고, 베트남 학생들은 "세울 곳이 없으니 거치대를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전주대 관계자는 "큰 규모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저녁 가릴 것 없이 꽉 차있다"며 "베트남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다른 학교도 이들을 위한 복지 제도를 늘리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올해 전주대에 다니는 베트남 학생은 877명으로, 중국 학생보다 100명가량 더 많다.

신입생이 줄어드는 한국 대학들이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내년 '대입 가능 자원(고3, 재수생 등을 종합한 추산치)'은 47만9376명이다. 2019학년도 대입 정원인 49만7218명보다 1만7800명가량 적은 수치다. 사립대학교는 대부분 등록금 의존도가 높다. 신입생 미달은 운영비 부족으로 이어진다. 수도권 대학은 아직 위기가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방 대학교 중에는 신입생 충원율이 50% 미만인 곳도 있다.

유학생, 연수생이 많을수록 대학 운영비는 넉넉해진다. 대학들이 특히 주목하는 나라는 베트남. 과거에는 중국 유학생이 인기였지만, 최근 한국 유학 인기가 시들하다고 한다. 반면 베트남은 한류 열풍, 영미권 대비 저렴한 유학비 등으로 한국 대학 유학 희망자가 늘었다. 수요와 공급의 행복한 만남인 셈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 베트남 학생은 2016년 2921명에서 올해 2만4144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연수생이 2만885명에서 1만3467명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지방 사립대는 베트남 학생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시설을 짓고, 총장이 베트남 현지 고등학교 입시설명회에서 직접 학교를 소개한다. 일부 대학교는 브로커를 통해 자격 미달인 연수생을 입학시키기도 한다.

대학교 직원 중에서도 제일 바쁜 보직이 해외 유학생 담당이다. 베트남을 담당하고 있다는 한 교직원은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을 빨리 '채가는 게' 중요하다"며 "이미 '레드 오션'"이라고 했다. 대전에 있는 배재대는 총장이 직접 나섰다.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시 고등학교에서 열린 입시설명회에 참석했고, 현지 대학들과 학생 교환 협정을 갱신했다. 경남 지역의 대학교는 베트남 현지에 약 10개의 한국어 교육원을 뒀다. 입학이 확정되면 원하는 학생에 한해 저렴한 비용으로 강의를 듣게 해준다.

일부 대학은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입학을 허가해 준다. 베트남 대학 총장, 교수부터 한국에 있는 유학생까지 다양한 베트남인이 브로커로 활동한다고 한다. 베트남 직장인의 한 달 평균 월급은 30만~40만원. 이렇게 넘어온 이들은 수업을 듣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연수 기간이 끝나면 잠적해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 관계자들은 제도에서 연수생이 늘어나는 이유를 찾기도 한다. 법무부는 유학생 중 불법 체류자 비율이 1% 미만인 대학에 혜택을 준다. 학교장 허가서를 받은 외국인은 별도 서류 없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현지 한국어교육원 관계자는 "대사관을 거치지 않고 대학교가 비자 발급을 해주는 식"이라고 했다. 외국인 입학생을 많이 받아야 불법 체류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무분별한 입학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학교 입학 담당자는 "현지 학원 같은 곳에서 '많이 찔러 드리겠다'며 자격 미달인 학생을 받아달라고 한다. 학교는 매일 신입생 늘리라며 압박하니까 솔직히 흔들릴 때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B9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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