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이어 유은혜·김현미까지 불출마?...與, 조국 수세 돌파 위해 물갈이 몰아가나

유병훈 기자
입력 2019.09.18 11:33 수정 2019.09.18 13:37
"나는 내년 총선에 안 나갈 것이다."

지난 6월 초순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 인사는 사석에서 지나가듯 이런 말을 꺼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60대 이상 중진 물갈이' 가능성도 거론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천룰을 확정짓기 얼마 전이었다. 당시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 인사는 "총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그냥 하는 소리인가보다 했다"며 "그런데 최근 벌어지는 일을 보니 여권 수뇌부에서 상당한 수준의 공천 물갈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은혜 교육부장관/연합뉴스
◇총선 6개월 앞두고 현역 물갈이 시동거나

민주당이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본격적인 공천 물갈이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권 핵심인사로 꼽히는 양정철 민주당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부원장(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추석 직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데 이어 5선 중진 원혜영 의원도 불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8일에는 유은혜(교육부)·김현미(국토교통부)·진영(행정안전부)·박영선(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진영·박영선 장관은 입각 때부터 불출마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은혜·김현미 장관은 최근까지도 출마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만약 장관을 겸하고 있는 의원 전원이 불출마를 결정한다면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해찬 대표를 포함해 10명 가까운 여권 핵심 인사들이 총선 출마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물론 이날 불출마설이 거론된 김현미(경기 고양정) 장관의 보좌진은 "불출마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선에 나갈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날 당 지도부 회의 뒤 기자들에게 "김현미 장관의 경우는 (불출마가) 맞는 것 같다"면서 "유은혜(경기 고양병) 장관은 (거취가) 가변성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유은혜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 의사에 대한 확인 과정이 없이 보도된 것"이라면서도 "(출마 여부를) 지금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당사자들이 최종 결심을 못 한 상황에서 여권 수뇌부에서 불출마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다만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에서 특정 인물에게 출마·불출마를 권유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60대 이상, 다선 중진 물갈이說 파다

여권 핵심 인사들의 이런 불출마 움직임에 여당 의원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불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이 당선 가능성이 낮거나 신변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 지도부와 내각에 참여한 여권 핵심 인사들이다. 그런 점에서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본격화할 공천 경쟁에서 대대적인 현역의원, 특히 중진 물갈이가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들의 불출마 이야기가 반공개적으로 흘러나오는 건 정권 핵심부의 기획이 가미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현역 의원, 특히 중진들에 대한 물갈이 드라이브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 때 현역·중진 물갈이에 나설 것이란 소문은 지난 7월 공천룰 확정 때부터 나왔다. 민주당은 7월1일 확정한 공천룰에서 공직 선거에 처음 출마하는 정치 신인에게 최대 20%의 경선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반면 당무감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현역의원 하위 20%에게는 경선에서 20% 감점을 주기로 했다. 민주당 전체의원이 128명이니 25~26명이 20% 감점을 안고 경선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이들이 만약 20%의 가산점을 받는 정치 신인과 경선에서 맞붙게 될 경우 현실적으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이들 전원이 경선에 탈락한다고 가정하면, 이미 불출마 의사가 거론되는 현역 의원과 합쳐 30명이 넘는 의원들이 공천 때 교체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비례대표 의원 중 상당수가 지역구 출마를 포기할 경우 불출마 현역 의원은 50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

당내 일부에서는 원혜영(68·부천 오정) 의원 불출마 가능성을 주목하는 흐름도 있다. 수도권의 5선 중진인 원 의원은 1992년 14대 총선 때 국회에 들어와 지역구인 부천에서 민선시장 2번을 포함해 3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이해찬 대표와도 가깝다. 이 때문에 원 의원이 이 대표와 함께 고령 현역 의원 물갈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원 의원이 60대 이상 의원에 대한 용퇴 흐름을 주도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 의원 중 60대 이상은 총 47명으로 당 전체 의원의 36.7%다. 현재는 무소속 신분인 민주당 출신 문희상(74) 국회의장도 불출마할 것이 확실시된다. 만약 당내에서 60대 이상 용퇴론이 퍼질 경우 물갈이 폭이 상당히 커질 수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지난달 2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 경제 침략 관련 비상 대책 연석회의에 참석해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있다/연합뉴스
◇추석 직후 이어지는 불출마說에 "조국 국면 전환용"

추석 연휴 직후 벌어지는 현역 불출마 움직임을 두고 공천 물갈이 드라이브를 노리는 것이란 분석과 함께 조국 사태로 인한 수세 국면을 돌리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이미 추석 연휴 전 주변에 백원우 전 비서관과 함께 동반 불출마를 결정했다는 뜻을 알렸다. 양 원장은 부임 후 "내 역할은 총선 병참기지"라고 규정했다. 내년 총선에 내보낼 인재와 전략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권의 총선 책사 역할을 하는 양 원장이 이해찬 대표와 함께 일찌감치 총선 승리 전략으로 물갈이를 염두에 뒀는데 조국 사태로 정국이 꼬이면서 국면 전환용으로 불출마 흐름을 빨리 꺼내든 것 아니냐는 말도 돈다"고 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현역 물갈이'는 집권당의 총선 승리 공식 중 하나로 꼽혀온 카드다. 특히 정권 중반부에 치러지는 총선은 야당의 '정권 심판론' 공세가 거세기 때문에 여당은 새 인재 영입 카드로 맞불을 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가 하면 임기 후반부를 대비해 대통령 직계 그룹 공천을 통한 권력 기반 유지를 위해 물갈이 공천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공천 파동으로 번져 당시 여당에 패배를 안긴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천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에서도 "친문(親文) 직계들의 원내 진입을 위해 정권 핵심부에서 현역 물갈이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69·서울 종로) 의원의 경우 여전히 출마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지역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 원로 의원 물갈이를 통해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출신 다선 의원들을 향한 기득권 공세를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실제 공천 물갈이 드라이브가 속도를 내면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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