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여 네티즌, 한밤 '가짜서명' 수천건 테러... 대학교수 시국선언 6시간 중단

최지희 기자
입력 2019.09.18 11:03 수정 2019.09.18 13:50
2000명 서명 육박 보도後…친여 네티즌 중심 ‘가짜 서명’ 집단공격
교수 이름·학교·이메일 등 엉터리 정보 ‘수천건’
"서명인 숫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작업"
해킹보단 인해전술…자정부터 6시간 동안 서명 중단
정교모 "중간집계 발표 중단…수작업 검증中, 19일 최종발표"

조국(54)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전국 대학교수 시국선언에 대한 온라인 서명운동이 친여(親與) 성향 네티즌들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 ‘가짜 서명’ 공격을 받아 6시간가량 중단됐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서명 운동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서명자가 급증하자, 일부 네티즌들이 서명운동 방해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교수단체는 오는 19일 공식 시국선언문 발표 전까지 서명 참여 교수 인원 중간발표를 중단키로 했다.

18일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시국선언문 서명에 참여한 교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서명 사이트에 수천 건의 비정상적인 서명이 대량으로 접수됐다. 정교모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서명자 숫자가 2000명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17일 오후 5시 이후 서명 사이트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대책을 강구 중이며 서명은 계속 받고 있다"고 공지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 지난 12일 작성해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는 사이트에 ‘19일까지 통계 발표를 하지 않겠다’며 올라온 공지. /정교모 사이트 캡처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시국선언 온라인 서명에는 16일 오전 8시 기준 773명이 참여했다. 이 사실이 16일 낮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서명자가 급증해 오후 6시엔 185개 대학 소속 교수 1021여 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만 하루가 지난 17일 오후 5시엔 서명자가 246개 대학 소속 교수 2104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전날 오후 서명자가 2000명에 육박한다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보도가 나오면서 가짜 서명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밤 일부 친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에는 "교수 숫자를 허위로 부풀려서 100만 서명을 돌파시키자"는 글이 공유됐다. 서명 페이지의 교수 인적사항 기재란에 ‘이름: 전대갈, 소속대학: 땅크대학교’ 등을 입력해 허위로 서명한 인증글도 올라왔다.

정교모는 ‘가짜 서명자’가 1000여 명을 넘어서자 전날 오후 8시부터 스마트폰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실명 인증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실명 인증에도 불구하고 허위로 서명을 하는 숫자가 줄지 않았다고 한다.

정교모 관계자는 "허위 서명을 막기 위해 고육책으로 실명 인증을 도입했지만, 인증을 한 뒤 가짜 서명을 강행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며 "매크로(자동반복 프로그램) 등 해킹이라기보다는 특정 목적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동참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한 밤 시간 대에 가짜 서명 작업을 시도한 것 같다. 특히 밤 시간대 공격이 들어와 손쓸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가짜 서명이 수천 건으로 늘어나자, 결국 정교모는 자정부터 서명 접수를 중단했다. 하지만 교수들로부터 서명에 동참하고 싶다는 문의가 새벽 시간대에도 이어지면서, 정교모는 서명 중단 여섯 시간 만인 이날 오전 6시 서명을 재개했다.

(왼쪽부터)지난달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조국 법무부 장관.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모습. /조선DB·연합뉴스
정교모는 집단 허위 서명을 막기 위해 IP당 한 번만 서명이 가능하도록 조처했다. 정교모 관계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 전공 등 교수 여러 명이 밤을 새면서 작업을 진행했다"며 "현재 전날 밤 접수된 가짜 데이터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국선언 당사자의 인증을 받기 때문에 통계 데이터의 신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교모는 허위 서명자를 걸러내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서명자 통계 중간집계 발표를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정교모는 6시간마다 서명 참여 교수 인원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정교모 측은 중간 발표 없이, 19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시국선언을 공식 발표하면서, 서명에 참여한 교수 숫자를 최종적으로 발표할 방침이다.

정교모 관계자는 "서명에 참여한 교수 숫자에 대한 신뢰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18일에는 서명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루 동안 허위 데이터를 걸러낸 뒤, 19일 기자회견에서 정확한 숫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도 많은 교수가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며 "시국선언이 끝까지 정치색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허위 서명자를 일일이 확인해 제외할 것"이라고 했다.

정교모는 지난 14일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사회 정의와 윤리가 무너졌다’라는 제목으로 조 장관 교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서명을 받고 있다. 정교모는 시국선언문에서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사회 정의와 윤리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수많은 비리를 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낙망하게 만든 조 장관 대신에 사회정의와 윤리를 세우며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조속히 임명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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