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되면 1억5000만원 주자" 피케티 신작, 佛 지식계서 논란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2019.09.18 03:00

전작 '21세기 자본' 6년 만에 '자본과 이데올로기' 펴내
"현실성 없는 주장" 비판 나와… 한국선 연말쯤 출간 예정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의 후속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낸 토마 피케티 교수. /김연정 객원기자

16일 프랑스 파리의 대형서점 '지베르 죈'에는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 '자본과 이데올로기(Capital et Idéologie)'라는 신간이 진열돼 있었다. 2013년 '21세기 자본'으로 세상을 들썩이게 한 토마 피케티(48) 파리경제대 교수가 6년 만에 낸 후속작이다.

123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피케티는 일간 리베라시옹 인터뷰에서 "불평등은 경제와 기술이 아니라 이념과 정치의 문제"라고 서문에 적은 문장에 핵심이 담겨 있다고 했다. '21세기 자본'이 불평등의 원인을 파헤친 경제 서적이었다면,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제도의 변혁을 통해 불평등의 해법을 찾는 정치 서적이라는 비교가 프랑스 지식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피케티는 1980년대를 '불평등의 변곡점'으로 봤다. 미국에서 로널드 레이건,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가 시장의 자유를 극대화한 이후 불평등이 제어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때부터 상위 10%를 위한 정치가 노골적으로 진행됐고 소외된 사람들이 포퓰리즘, 브렉시트, 인종 혐오에 빠져들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극단적 지도자에 대한 지지가 뚜렷해진 것도 불평등이 근원이라고 봤다.

비판의 칼날은 좌파로도 향한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중도 좌파 정당이 길을 잃고 불평등을 방치했다"고 지적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엘리트 집단으로 중도 좌파 정당이 축소·변질되면서 정치를 중세 시대처럼 퇴행시켰다고 꼬집었다. 지주(중도 우파)와 성직자(중도 좌파) 사이의 상위 계급 간 헤게모니 싸움으로 일관하던 중세의 정치 구도와 흡사하게 굴러가며 노동자 계급이 소외됐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도발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정부가 젊은이에게 종잣돈을 주자는 것이 대표적이다. 25세가 되는 모든 남녀에게 성인 1인당 평균 자산의 60%인 12만유로(1억5700만원)를 지급하자고 했다. 핀란드 등에서 논의된 '기본 소득'보다 더 나아가 '기본 자산'을 주자는 주장이다. 최상위 부자들에게는 재산세·상속세를 90% 세율로 적용하자고 했다. 대기업 지분은 누구도 10% 이상 갖지 못하게 하자는 제언도 했다. 피케티는 르몽드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경제를 민주주의 공론장의 바깥에 뒀다.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날아온다. 90% 세율을 적용할 경우 자산 가치가 급락할 것이 뻔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없다. 르피가로는 전작 '21세기 자본'과 비교해 "보다 급진적"이라고 평했다. 마티유 뮈셰리 BNP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단지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피케티를 구매하는 것일 뿐 두껍고 지루한 그의 책을 실제로 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18개 언어로 번역에 들어갔다. 영어판이 내년 3월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에선 문학동네가 이르면 연말쯤 출간한다.


조선일보 A21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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