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아웃룩] 예배당·법당에 빈자리가… 종교, 왜 '매력'을 잃어 가나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19.09.18 03:14

'三重苦' 빠진 종교계… 신자·헌금 줄고, 성직자는 늘어
은행도 대출 꺼려… 지점은 못하고 본점이 결정
공감능력·매력 되찾고 재정 투명화·솔선수범 절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국내 종교 교세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종교계는 3년 전 큰 충격파를 겪었다. 2016년 말 발표된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처음으로 '종교 없음'이 56.1%로 인구의 절반을 넘었다. 종교별 반응은 엇갈렸지만 종교 인구가 감소세라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통계청 발표 후 3년 가까이 흐른 지금, 각 종교는 더 절박한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인구 절벽 직격탄

위기감은 최근 각 종교 교단이 발행하는 언론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자체 조사를 통한 구체적 수치가 나오고 있다. 공통점은 종교계 전체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 다만 종교별 고민의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다.

개신교의 경우, 2015년 통계청 공식 조사는 10년 전에 비해 123만명이 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피부로 느끼는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 개신교 양대 교단인 예장통합의 '한국기독공보'와 예장합동의 '기독신문'은 최근 두 가지 새로운 양상을 전했다. '기독공보'의 8월 17일 자 1면 머리기사는 '교세, 2년 새 17만명 감소… 교인은 줄고 목사 수는 2만명 시대'였다. 이 교단 교인 수는 2001년 232만8000명에서 2010년 285만2000명으로 정점(頂點)을 찍은 후 지난해 255만4000명으로 줄었다. 반면 교단 목사는 2001년 1만415명에서 지난해 2만506명으로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양(羊)은 줄어드는데 목자(牧者)는 늘었다. '기독신문'의 8월 20일 자 2면 톱기사 '155개 노회(老會) 중 12개는 21 당회(堂會) 미만'은 신자 감소의 결과, 일선 조직의 뿌리가 흔들리는 현실을 보여줬다. 최소 21개 당회가 있어야 노회가 구성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노회가 전체의 10분의 1에 이른다는 뜻이다.

불교 출가자 감소는 조계종의 종합수도원, 대사찰인 '총림(叢林)' 자격까지 흔들고 있다.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은 7~8월 연이어 '총림의 위기'를 다뤘다. 총림이란 강원(講院·승가대학), 선원(禪院), 율원(律院), 염불원(念佛院) 등을 갖춘 종합 수도원을 가리킨다. 조계종엔 해인(해인사), 영축(통도사), 조계(송광사), 덕숭(수덕사), 고불(백양사), 팔공(동화사), 쌍계(쌍계사), 금정(범어사) 등 8곳이 총림으로 지정돼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림실사특별위의 현장 실사 결과, 자격을 충족한 곳은 영축총림 통도사 한 곳뿐이었다.

천주교 사정도 마찬가지다. 매년 집계하는 천주교 자체 통계로는 꾸준히 신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에선 2015년 천주교 신도가 2005년에 비해 100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뿐 아니라 내용도 문제다. 2017년과 비교하면 49세 이하 천주교 신자는 마이너스, 반면 60~100세 이상은 증가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영세자는 전년도 대비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고, 미사 참여율도 계속 낮아져 18.3%까지 떨어졌다. 신자의 5분의 1 정도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제 지망생인 대(大)신학생도 1273명으로 전년에 비해 3.5% 줄어든 반면, 60~64세 성직자는 7.4% 증가해 눈에 띄었다. 신자도 성직자도 고령화되고 있다.

◇금융권도 대출 기피

종교 교세 감소는 신행(信行) 활동도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8월 '불교신문'의 '49재, 아예 지내지 않거나 초재나 막재 한 번만'이란 제목의 기사는 현재 한국 불교의 물질적 기반을 지탱하는 '재(齋) 문화'의 변화상을 짚었다.

개신교계에서는 2000년대 들어 '(교회) 안 나가'를 거꾸로 읽어 비꼬는 '가나안 신자'란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신앙을 버리지는 않았지만 교회 예배는 출석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 2017년 학원복음화협의회의 '청년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크리스천 대학생 30% 정도는 예배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신자 가운데에도 인터넷, 케이블TV, 스마트폰을 통해 설교 영상을 들으며 신앙을 이어가는 경우도 급속히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계는 종교기관 대출을 기피한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종교계가 '신자 감소, 헌금(시주) 감소, 종교 기관 수 증가' 등 3중고(重苦)를 겪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에 신중하다"고 말했다. 종교기관 대출은 단위 지점이 아닌 본점에서 결정하는 추세라고 한다.

◇공감 능력 부족

이런 위기를 놓고 외인(外因) 탓을 하기보다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드(Old)'하다는 시각을 개선하고 '매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요즘 말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봐야 한다.

젊은이들은 종교가 자신들의 입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을 목격한 적이 거의 없다. 20~30대가 성장하던 시기는 1970~80년대 한국 종교의 성장기를 이끌던 종교계 거인들이 사라진 때였다. 이들의 눈엔 종교계 역시 속세와 똑같이 기득권을 두고 다투는 모습이 더욱 익숙한지 모른다. 종교계 인사들은 "젊은이들은 종교를 갖는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조차도 자녀들에게 예배, 미사, 법회에 나오라고 권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종교는 이제 소비자(신자)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열어야 한다. 재정 투명화와 지도자들의 자기희생, 솔선수범은 필수다. 어쩌면 한국 종교계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처럼 성장과 쇠퇴를 급속히 압축적으로 겪은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경우, 세계 종교계에 타산지석의 모델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A29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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