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59]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할까?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9.09.18 03:12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여름. 꿈과 희망으로 부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거리에 가득했던 시절.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동물 농장'이라는 책을 소개한다. 동화책 같은 이야기였다. 소, 돼지, 말, 닭, 양이 살고 있는 어느 농장. 주인의 무능력과 포악함 때문에 동물들은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끝없는 노동과 굶주림. 계란은 빼앗기고 우유는 송아지 몫이 아닌 주인의 술을 사는 데 팔려버린다.

영특한 돼지들은 제안한다. 주인을 몰아내고 동물들이 농장을 차지하자고! 반란은 성공하고 혁명을 이끈 돼지 '스노볼'은 선포한다. 앞으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돼지 '나폴레옹'의 계획은 달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돼지들과 순진한 양들을 그는 선동하기 시작한다. 사실 스노볼은 인간 편이고 농장을 옛 주인에게 넘기려는 음모를 꿈꾸고 있다고. 스노볼을 내쫓고 농장 주인이 된 나폴레옹과 그의 친척 돼지들. '지상낙원'을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다 지쳐 쓰러진 말을 도살장에 팔아버린 돼지들은 이제 우유가 섞인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닭들의 계란은 나폴레옹이 사랑하는 비싼 위스키를 사는 데 팔리고, 농장에는 새로운 구호가 등장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물론 무능한 주인은 러시아 차르였고, 스노볼은 트로츠키, 그리고 나폴레옹은 스탈린이다. 평생 사회주의자였던 조지 오웰은 스탈린의 독재를 보며 평등과 정의라는 이름 아래 최악의 독재와 불평등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러시아혁명만은 아니겠다. 모두가 평등한 이슬람 국가를 세우겠다며 현대 문명과 기술을 금지했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하지만 막상 탈레반 리더들은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할리우드 영화를 즐겼다고 한다. 평등과 정의의 이름 아래 시작된 대부분 혁명은 결국 더 심한 독재와 불평등으로 끝난다는 역설적이고 슬픈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조선일보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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