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 결국 한발 물러선 박원순

이해인 기자
입력 2019.09.16 03:13

행안부·시민단체 등 반발에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공사 미뤄
공사 시작되면 교통정체·소음… 여권에 좋을 것 없단 분석한 듯
행안부도 "환영한다" 입장 밝혀

최근 착공 시기를 두고 논란을 빚어온 서울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가 결국 내년 4월 총선 뒤로 미뤄졌다. 애초 서울시는 내년 초에 착공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행정안전부와 시민단체, 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시가 한발 물러섰다는 관측이다. 시의 착공 연기 계획에 대해 시와 갈등을 빚어오던 행정안전부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15일 "광화문광장 재조성은 행안부 협의, 시민 소통을 마친 뒤 내년 4~5월쯤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사는 내년 초 발주, 계약 등 행정적인 절차를 밟은 뒤 총선 뒤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착공 일정이 5개월가량 지연돼도 준공은 박 시장 임기 내인 오는 2021년 연말에 가능하다.

지난 1월 발표한 서울 광화문광장 재조성 조감도. 내년 초 착공 예정이었으나 논란 끝에 내년 4월 총선 뒤로 미뤄졌다. /서울시

일각에서는 공사 일정이 내년 4월 15일 총선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광화문 도심이 공사판이 되면 소음, 교통 체증 등으로 민원이 쏟아져 여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시는 최근까지도 내년 초 착공 일정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달 초 분위기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회식에서 "광화문광장이 중앙정부와도 관계되고 국가 광장의 의미도 있다"며 "더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광장 때도 거의 80% 이상이 반대했다"며 "일부러 (준공 시기를) 늦출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도 암묵적으로 행안부 의견을 지지하는 자세로 나오는 데다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박 시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박 시장의 시의회 답변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공 시기를 미리 정해놓고 소통 없이 진행한 청계천 사업처럼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박 시장이 전임 시장들과 다르다고 하더니 독단적 시정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착공 일정은 총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시민들과 충분한 소통, 행안부와 협의를 거쳐 광장 공사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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