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이 권한 책, 베스트셀러 됐네

백수진 기자
입력 2019.09.16 03:00

[배우들의 북클럽]

리즈 위더스푼·에마 왓슨 등 직접 책 읽고 독서 콘텐츠 공유
추천했던 무명 작가의 데뷔작, 30주 연속 판매 1위 오르기도

최근 국내에 번역된 소설 '썸씽 인 더 워터'(아르테),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문학동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살림)엔 공통점이 있다. 배우 리즈 위더스푼의 추천이다. 세 책 모두 띠지에 그의 이름이 크게 쓰여 있다.

북클럽 '헬로 선샤인'을 운영하는 위더스푼은 매달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에 책 한 권을 추천한다. 위더스푼은 영상으로 짤막한 독후감을 남기고, 책과 관련된 팟캐스트, 직접 작가를 인터뷰한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위더스푼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밤 10시 30분쯤 가족들 모두 잠들고서 욕조나 침대에서 책을 읽는다"면서 "내가 책에 바라는 건 나를 다른 세계로 끌어당기는 우아한 문장들"이라고 했다.

북클럽을 운영하며 자신이 읽은 책을 추천하는 할리우드 배우들. 왼쪽부터 리즈 위더스푼, 에마 왓슨, 세라 제시카 파커.이미지 크게보기
북클럽을 운영하며 자신이 읽은 책을 추천하는 할리우드 배우들. 왼쪽부터 리즈 위더스푼, 에마 왓슨, 세라 제시카 파커. /인스타그램·ALA

그의 추천만 받으면 베스트셀러 진입은 시간문제. 무명 작가의 첫 소설이었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위더스푼의 추천 이후 순위가 오르기 시작해 올해 30주 넘게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썸씽 인 더 워터'의 이현정 편집자는 "영미권에선 책 읽는 것 자체로 '힙(hip)'해 보이는 분위기가 있어 유명인의 추천 책들이 많은 편"이라면서 "판권 계약할 때도 유명인의 추천 책을 좀 더 고려하게 된다"고 했다.

해외에선 할리우드 배우들이 만든 북클럽이 독서 열풍을 이끌고 있다. 원조는 1996년 처음 만들어진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윈프리 북클럽이 20주년을 넘긴 요즘은 유명 배우들이 북클럽을 설립해 제2의 오프라 윈프리를 노리고 있다.

배우 에마 왓슨은 '책장 공유(Our Shared Shelf)'라는 북클럽을 만들어 페미니즘 관련 책을 추천하고 토론한다. 회원들은 책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읽은 후 소감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 9·10월의 추천 책은 최근 타계한 토니 모리슨의 소설 '빌러비드(Beloved)'. 선정 이유에 대해선 "진정한 고전이며 인종과 노예제의 무거운 유산을 둘러싼 이해를 넓히는 중요한 책"이라고 썼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세라 제시카 파커도 북클럽 회원이다. 출판사 편집국장으로도 일하는 파커는 미국도서관협회가 만든 '북클럽 센트럴'의 명예회장으로 선정됐다. 파커가 추천한 모신 하미드의 책 '서쪽으로'(문학수첩)도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반군에 점령당한 도시에서 타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문'을 찾는 이야기. 파커는 "지금 이민자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아름답고 복잡하며 감격스러운 시선을 갖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국내에선 주로 출판사나 동네 책방 중심으로 독서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가수 요조, 배우 박정민 등 책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책방을 연 사례는 있었다.

위더스푼의 추천 책 '엘리너 올리펀트는…'을 출간한 문학동네 윤정민 편집자는 "미국에는 오래전부터 지역 기반으로 형성된 탄탄한 독서 모임들이 많았다"면서 "국내에도 곧 유명인이 만든 북클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A21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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