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억원짜리 황금 변기, 英 처칠생가서 도난당해

이건창 기자
입력 2019.09.16 03:00

伊 조각가가 빈부격차 풍자한 작품, 18K 금 103㎏… 실제 변기로 사용

/AP 연합뉴스

71억원짜리 18K 황금 변기〈사진〉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에서 도둑맞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영국 옥스퍼드셔주(州) 블레넘궁(처칠 전 총리 생가)에서 전시 중이던 이탈리아 조각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아메리카(America)'가 14일(현지 시각) 도난당했다고 보도했다.

도난당한 변기는 뚜껑부터 물 내리는 레버까지 전체가 번쩍이는 황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만 빼면 일반 양변기와 똑같이 생긴 작품이다. 작품에 쓰인 18캐럿 금은 총 103㎏에 달한다. 금 시세로만 따져봐도 400만달러(약 47억8000만원)가 넘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블레넘궁은 작품의 가치가 600만달러(약 71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영국 경찰은 66세 남성 한 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나 도난당한 변기를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NYT는 범인들이 이미 변기를 녹여 금괴로 바꿨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칸 드림'과 빈부 격차를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외양만 변기처럼 생긴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배관이 연결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볼일을 볼 수 있었다. 카텔란은 "200달러짜리 식사를 하든 2달러짜리 핫도그를 먹든 결과는 마찬가지로, 변기의 물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1년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됐을 때는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변기를 사용했다. 2017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부부 침실에 걸기 위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빌려달라는 백악관의 요청에 당시 구겐하임 미술관 측이 이 변기를 대신 대여해 주겠다고 조롱하듯이 답하기도 했다.

황금 변기는 지난 12일부터 블레넘궁에서 열린 카텔란전(展) 전시작에 포함됐다. 블레넘궁은 18세기에 지어져 존 처칠 공작에게 헌납됐으며, 황금 변기는 존 처칠의 후손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태어난 방의 바로 맞은편 방에서 전시 중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선일보 A18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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