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중국, 어설픈데 두렵다

김성민 산업2부 기자
입력 2019.09.16 03:13
김성민 산업2부 기자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IFA(유럽 가전 전시회) 기조연설장. 단상에 선 중국 화웨이의 리처드 위 소비자부문 CEO는 시종일관 자신 있는 말과 표정으로 화웨이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이날 화웨이는 세계 첫 5G 스마트폰용 통합 칩을 선보였는데 그보다 화웨이 분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스마트폰 'P30 프로'를 소개한 순간이었다.

그는 화웨이 스마트폰 P30 시리즈 사진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9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뒷면 카메라 모듈을 가로로 배치했지만, 갤럭시노트10부터는 우릴 따라 세로로 배치했다"고 했다. 순간 전 세계 취재진의 폭소가 터졌다. 삼성과 화웨이 제품의 품질·기술력이 아직 격차가 있는데 큰 의미 없는 걸 놓고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삼성·애플이 못하는 것을 화웨이는 한다"라고도 했다.

IFA 현장에서 본 중국 IT 업체들은 유난히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는 말을 자주 썼다. TCL은 8K 수준의 높은 해상도와 5G를 결합한 TV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하이얼은 냉장고 기능을 홀로그램으로 설명했다. 올해 IFA에서 이런 TV와 홀로그램은 중국 업체가 유일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중국 제품은 어설펐다. TCL의 '8K+5G' TV는 TV 자체가 5G를 수신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 모뎀을 통해 5G로 콘텐츠를 다운받고, 이를 USB로 연결한다. 진짜 8K+5G TV는 아니다. 이런 수준은 현재 TV에서도 가능하다. 하이얼의 홀로그램도 화질 수준이 낮았다. 화웨이가 세계 첫 5G 스마트폰용 통합 칩이라 밝힌 것도 구형 중앙처리장치 기술로 만든 것이다. 신제품이라고 내놓은 TV들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베낀 것들이었다.

국제 전시회에 이런 '수준 이하' 제품을 내놓고 세계 최초·최고라고 밝힌 중국 업체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 IT 업계는 "두렵다"고 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 IT 대기업 고위 임원은 "중국 업체들이 당장은 한국 제품을 따라 하고 말도 안 되는 호언장담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정부의 지원, 넓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수년 내 해당 기술을 진짜로 선보일 것"이라며 "쉽게 비웃을 수 없다"고 했다.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 부스는 중국과 달랐다. 안정적 기술에 세련된 디자인을 뽐냈다. 하지만 혁신이나 뜨거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업체만큼의 '패기'도 없었다. 한국에 밀린 일본 전자업계처럼 10년 후 한국이 중국에 밀린다면 이런 모습일까 두려웠다. 일본 업체 부스를 돌고 다시 한국 업체 부스로 돌아왔다. 분위기는 중국과 일본 업체 중간쯤이었다.



조선일보 A30면
3일의 약속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