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가족 문제 "남쪽도 잘못"이라니, 무슨 잘못 했다는 건가

입력 2019.09.16 03:18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때 방송에서 "이산가족의 한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 서로 만날 기회조차 안 준다는 것은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2000년 첫 이산가족 상봉 이후 만남 정례화나 규모 확대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북한이 이 문제를 철저히 대남(對南) 협상 카드로 써먹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남쪽 정부'란 표현까지 쓰며 마치 우리에게도 북한만큼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과거 남북 관계가 냉랭했던 시기에도 우리 정부는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만남엔 공을 들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네 차례 성사됐다. 지금이라도 북이 응하기만 하면 당장 할 준비가 돼 있다. 반면 북은 우리에게 무엇을 얻어내면 선심 쓰듯 찔끔찔끔 만나게 해주다가 수가 틀리면 손바닥 뒤집듯 끊어버렸다.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데 대해 우리 측이 쌀·비료 지원을 일시 보류하자 이를 빌미로 중단시켰고, 2013년엔 상봉을 나흘 앞두고 한·미 훈련을 핑계로 일방 취소했다. 화상 상봉도 2년여 만에 북측의 일방적 중단으로 끝났다. 문 정부 들어서도 북은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북송(北送)과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하며 억지를 부리는가 하면, 정상 간 합의한 상설 면회소 개소 등마저 외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니 도대체 뭘 말하는 건가. 제재 해제 등 북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못했다는 건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평화쇼' 재개에 목을 매다 보니 할 말도 못하고 북한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하다. 미·북 간 물밑 움직임이 활발한데 북이 우리에겐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문을 걸어 잠그니 더 초조할 것이다. 그러니 전적으로 북 정권에 책임이 있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남쪽 잘못'이라는 말까지 대통령 입에서 나온다. 언제까지 이런 대북 저자세를 지켜봐야 하나.
조선일보 A31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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