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명무실 야당이 文 정권 폭주 불렀다

입력 2019.09.16 03:19
추석 연휴 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여야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파(無黨派)가 10명 중 4명꼴에 달했다. 지난 조사보다 민주당 지지율은 내려갔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렀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정권의 독선을 보면서 여당을 지지하던 중도층 일부가 돌아섰지만 이들이 한국당도 외면하면서 무당파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무당파 심정은 '정권에 실망했지만 한국당도 싫다'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날, 한국당 지도부는 현충원을 참배한 뒤 광화문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광화문 시위는 집회 신고가 되지 않아 1인 시위 피케팅으로 급히 바뀌는 등 우왕좌왕이었다. 추석 연휴 후 광화문에 천막을 설치한다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지도부에게선 결기를 찾아볼 수 없다. 여성 의원들이 삭발까지 하는데 자리 지키는 데만 연연하고 있다. 뒤늦게 청문회를 열어 조 장관 임명의 판을 깔아줬다. 집안싸움은 치열하게 한다. 전 대표가 대여(對與) 전략 실패의 책임을 물어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하자 한 당권파 의원이 "내부 총질하지 말라"며 치받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차지하기 위해 '입원 투쟁'을 하고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수시로 싸웠다. 이런 야당이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때만 되면 저질 발언으로 논란만 일으키고 집안 관리를 못한 의원 때문에 여권에 반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대여 투쟁을 한다며 조를 짜서 5~6시간 밥을 굶는 웰빙 단식을 하다가 지탄도 받았다.

야당 의원들이 지리멸렬한 것을 두고 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막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로 수사 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그런데 "반민주적 폭거를 막으려 한 행동인데 나는 당당하다. 의원 배지를 떼려면 떼라"고 나서는 의원 한 명 없다. 이러고도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나.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 강행이란 무리수를 둔 것도 '중도층 일부가 떨어져 나가도 야당으로 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었다고 한다. 야당이 무슨 주장을 하더라도 국민은 외면하기 때문에 잠시 어려운 상황이 있겠지만 금방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대안세력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권력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폭주한다. 사고가 나면 그 안에 탄 승객들도 다 같이 희생된다.
조선일보 A31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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