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 심장’이 마비됐다…한국 등 亞 영향 가장 클 것”

이선목 기자
입력 2019.09.15 15:31 수정 2019.09.15 17:46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일시 가동 중단되며 국제 원유시장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은 14일(현지 시각) 드론 공격을 받은 아람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시설 가동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지장을 받게 됐다"며 가동 중단 기간 원유 공급 부족분은 비축된 재고로 보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따른 수급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월요일 시장 개장과 함께 유가 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만큼 (시설 가동 중단에 따른)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석유 가공 시설 두 곳에서 지난 14일 오전 무인기 공격에 따른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모습. /가디언
테러의 대상이 된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이다. 처리된 원유는 대부분 수출항으로 보내진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로저 디완 부사장은 "아브카이크는 (사우디) 석유생산 시스템의 심장부로, (이번 테러는) 이곳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격"이라고 말했다.

WSJ은 이번 가동 중단으로 원유 생산량이 하루 500만배럴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서 유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앤드류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5~10달러 오를 수 있다"며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동 중단된 시설의 수리 기간이 유가 변동폭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유가 상승폭은 (시설의) 손상 정도와 수리 기간에 달렸다"며 "정보가 없으면 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케빈 북 클리어뷰에너지 연구원도 CNBC에 "원유 가격은 수리 기간이 얼마나 걸리냐에 달려 있다"며 "만약 가동 중단이 3주 간 이어지면 유가는 배럴당 10달러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세계 원유 시장은 재고가 충분해 공급이 잘 이뤄질 것"이라며 "상황을 주시하며 사우디 당국과 주요 산유국, 수입국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사우디 내무부는 지난 14일 새벽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탈황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드론 10대로 사우디 석유시설 2곳을 공격한 배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낸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미국은 사우디 자위권을 지지하고 주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강력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 경제에 필수적인 인프라와 민간에 대한 폭력 행위는 갈등과 불신을 악화한다"며 "미 행정부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세계 원유 시장의 안정화화 원활한 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아람코 시설을 공격한) 드론이 예멘의 소유라는 증거가 없다"며 "이란이 국제 원유 공급망에 전례 없는 공격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들(이란)이 도발을 계속하거나 더 많은 핵농축을 한다면 미국은 이란 정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고려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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