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 첫 구속영장 기각...검찰에 득일까, 실일까

정준영 기자 오경묵 기자
입력 2019.09.12 16:15 수정 2019.09.12 16:54
‘조국 펀드’ 운용사·투자사 대표 영장 기각…"종범"
관계자들 "장관 5촌 조카 때문에 작업, 억울하다"
장관 가족 자금으로 2차전지 ‘조국 테마주’ 만들었나
공개수사 전 외국行…조사 필수지만 뾰족한 수 없어

조국 법무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사유가 범죄사실에 대한 의구심이 아니어서 도리어 수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원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수사 과정에서 증거가 확보됐다는 점, 주범(主犯)이 따로 있다는 점을 꼽았다. 결국 수사의 성패가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씨의 신병을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옮아간 것이다. 그러나 조씨는 현재 해외로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 자칫 검찰이 변죽만 울리다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이상훈(40)씨와 이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대표 최태식(54)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증거 수집도 이뤄져 있다"면서 "범행에서 관여 정도 및 종(從)된 역할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두 사람 모두 범행의 주범(主犯)으로 보기 어렵고, 자백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링크PE가 2016년 4월 중국에서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며 배포한 사진. 조범동(왼쪽)씨는 당시 총괄대표 직함을 썼다. /코링크 제공
주범, 코링크PE 실소유주 의심 법무장관 5촌 조카인가
코링크PE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14억원이 투자금 전액인 사모펀드를 통해 웰스씨앤티를 인수했고, 또 다른 사모펀드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를 통해 원래 영어교육업체 였던 더블유에프엠(WFM)도 인수했다. 코링크PE가 처음 만든 사모펀드 ‘레드코어밸류업1호’는 차량용 방음재 제조업체 익성에 투자했다.

코링크PE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웰스씨앤티, WFM 등에 대한 합병·우회 상장을 추진하면서 조 장관 일가 자금을 종잣돈으로 쓴 것은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투자 기업들 사이에서 뭉칫돈을 옮겨 다니며 투자 유치가 활발한 것처럼 외관만 꾸며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코링크PE가 투자기업들의 사업목적을 짜맞추면서, 투자금을 실제 사업에 쓰지 않고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씨와 코링크PE 투자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뤄진 통화내용 등을 토대로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조 장관 일가 자금과 익성이 코링크PE에 댄 자금은 ‘웰스씨앤티→익성 자회사 아이에프엠(IFM)→익성’으로 옮겨갔다. 실질적으로 웰스씨앤티에 들어간 투자금은 3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법인계좌에 들어온 자금이 무단으로 빼돌려지면 이는 횡령이다. 최씨는 조씨에게 "조 대표(조범동)와의 그간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작업을 하는 건데 명분이 없어 내가 망가진다"며 억울해하기도 했다.

2차전지용 부품업체 IFM은 현 정부의 2차전지 등 배터리 육성 정책이 발표되기 직전 설립됐다. 웰스씨앤티와 WFM은 투자금이 들어올 때 사업목적에 2차전지를 추가했다. 조씨는 조 장관 인사청문 국면에서 최씨에게 전화해 "IFM에 투자가 들어갔다고 하면 이게 배터리 육성정책에 맞물려 들어간다"며 "완전히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IFM이 연결되기 시작하면 WFM, 코링크 전부 다 난리 난다. 배터리 육성 정책과 관련 됐다고 하면 이게 전부 다 이해 충돌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조씨는 최씨에게 "이거는 같이 죽는 케이스"라면서 "정말 조 후보자 같이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다"고도 했다. 조 장관 일가 자금이 정부 정책을 사전에 알고 투자된 것처럼 되면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사업가치를 부풀려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어서, 2차전지가 돈이 된다면 있을 법한 일"이라면서도 "사업의 실체가 없다거나 불법적인 개입이 드러나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일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가로등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 최태식(54) 대표가 4일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조씨 신병 확보가 관건이지만…당장 뾰족한 수는 없어
결국 향후 검찰은 조씨가 투자금 유치나 투자기업 선정 과정에서 조 장관과의 관계를 이용했는지, 투자금을 댄 조 장관 가족도 이를 알고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일관되게 이를 부인해왔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2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펀드는)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라고 하는데, 펀드가 어디에 투자되는 것인지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알려주면 불법"이라고 했다. 6일 인사청문회에서도 "5촌 조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개입을 했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빨리 들어와서 사실대로 밝혀주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국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라는 내용을 담은 펀드 운용보고서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요구로 지난달 급조됐다는 코링크PE 관계자의 언론 인터뷰, 정 교수가 대학 연구실 PC와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그간 자산운용을 맡아온 증권사 직원에게 맡겼다가 뒤늦게 검찰에 제출한 정황 등은 조 장관 가족이 관여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난달 27일 검찰의 전방위 압수 수색을 앞두고 해외로 출국한 5촌 조카 조씨는 현재 필리핀을 거쳐 베트남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씨에 대해 입국시 통보조치하고 조사에 응하라고 요구해 왔다.

조씨에 대한 직접 조사가 ‘조국 펀드’ 관련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당장 뚜렷한 수가 없다.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조씨의 신병을 넘겨받거나, 외교부를 통한 여권무효화 조치로 체류국에서 강제출국시켜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방안 등이 있지만, 어느 방법을 택하든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사법공조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조씨가 한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은 나라에 체류해야 하고, 여권무효화를 위한 사전 조치인 여권 반납 명령도 행정절차상 짧아도 한 두 달이 소요된다. 이태원 살인사건 주범 아서 존 패터슨, 세월호 사건 관련 유병언씨 장녀 유섬나씨 사례에서 보듯 실제 국내송환까지 3~4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검찰은 조씨의 자진입국을 직·간접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차질없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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