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함박도에 日製 레이더… 인천공항·인천항 탐지

양승식 기자
입력 2019.09.05 03:00

국방장관 "2017년 5월부터 공사", 野 "文정권 출범후 계속된 도발"
北 도미노식 '무인도 요새화'… 연평도~한강 하구 해상 방어선 구축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함박도에 탐지거리 30~60㎞가량의 일제(日製) 레이더를 설치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함박도로부터 반경 60㎞ 내에는 인천국제공항과 강화도, 인천항 등이 있다. 사실상 인천 앞바다 전체가 함박도 북한군의 레이더 탐지권에 들어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함박도에 설치한 일제 레이더가 식별됐다"며 "정확히 더 확인해봐야 하지만, 해안포 도발 시 서해 지역의 함정을 식별하는 용도로 추정된다"고 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부족한 감시·정찰 능력을 보충하기 위해 레이더를 설치했다는 취지다.

북한은 문제의 함박도 군사시설을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설 공사는 2017년 5월부터 시작됐다"며 "북한 병력 1개 소대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군은 그동안 함박도 군사시설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았고, 대신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다"라고만 했다. 하지만 북한이 서해 평화수역 내 함박도에 우리 군을 위협하는 레이더를 설치하고, 최근까지 군사시설을 확대해왔다는 게 밝혀지면서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된 도발"이라며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9·19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보면 북한의 행위가 명시적으로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화면에 뜬 함박도 영상 보는 국방부장관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함박도 군사 시설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북한의 함박도 군사 시설에 대해 “9·19 군사 합의 위반”이라고 했고, 정 장관은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 장관 앞에 놓인 TV 화면에 TV 조선의 함박도 의혹 보도 관련 영상이 띄워져 있다. /남강호 기자

서해 NLL 일대 무인도들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요새화 작전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연평도에서 4.5㎞ 떨어진 갈도가 첫 번째 요새화 대상이었다. 북한은 당시 122㎜ 방사포 4문과 100여명의 병력을 갈도에 주둔시켰다. 북한은 2016년에는 갈도 동쪽의 아리도를 요새화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더 동쪽인 강화도 인근의 함박도에 관측소와 레이더를 설치했다. NLL에 가장 근접한 무인도들을 차례로 요새화해 연평도에서 한강 하구를 잇는 일종의 해상 방어선을 구축한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무인도를 점령해 일종의 해상 GP(감시초소)를 만든 것"이라며 "해안포와 장사정포 등에 관측소 역할을 하는 동시에 경계 작전의 선을 남쪽으로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군에서는 그동안 이와 같은 북한의 군사 위협이 마치 현 정권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이후 군사적인 부분이 극대화되면서 이런 활동들이 있었다"며 함박도 요새화를 전(前) 정권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사실대로 인정할 경우 서해평화수역 설정 등을 골자로 한 9·19 군사합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에선 북한의 함박도 요새화가 9·19 군사합의 위반인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남북군사합의서 해설서에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를 북한이 어겼다"며 "함박도 도발은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9·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 장관은 무소속 서청원 의원과 함박도 시설의 군사합의 위반을 두고 격론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회의가 정회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군사합의로 우리 군의 정찰 능력은 제한되는데, 북한은 '꼼수'로 감시·정찰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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