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종료에도 北 미사일 발사… 지소미아 파기가 영향 미쳤나

박정엽 기자
입력 2019.08.24 14:00 수정 2019.08.24 15:22
북한이 24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이 최근 잇딴 미사일 도발 명분으로 내세워온 한미연합훈련이 지난 20일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도발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최고 고도는 97km를 기록하며 통상적인 발사 패턴을 벗어난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올해 8차례 미사일을 발사에서 최대 고도 25~60km 수준을 유지했다. 북한이 미·북 대화 기싸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도발에 나섰다는 분석과 함께, 우리 정부가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한 이후 한·미·일의 군사 공조 균열을 노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1일 전날 새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서 단행한 무력시위 관련, "김정은 동지께서 8월 10일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통신은 무기 명칭이나 특성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발사 장면 사진만 여러 장 공개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으로, 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이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이 최근 비난해온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이 종료되었음에도 단거리 발사체를 계속 발사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NSC 상임위 직후 보도자료에서도 "북한이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이유로 단거리 발사체를 연이어 발사하고 있는 행위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중단하라"고 했다. 그런 만큼 한미연합훈련이 끝난지 4일이나 지났는데도 북한이 또 미사일 도발을 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난감함이 읽힌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미·북 대화가 지지부진한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대화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고강도 대북제재를 풀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사일 도발로 불만을 표시하며 기싸움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전날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단 지난 10일 함흥과 16일 통천에서 발사한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며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신형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북한판 에이태킴스)이 아닌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을 쏜 것이라면 시험발사가 아니라 실전훈련 위력시위라는 점에서 북·미대화나 남북관계에 있어 대외적인 메시지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북한의 하계훈련이 끝나지 않았고 특히 무장력현대화 차원에서 필요한 시험발사가 몇차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끌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일본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 후 첫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우리 군 당국보다 먼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오전 7시24분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일본 정부 발표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한국 군 당국의 첫 발표 시점인 오전 7시36분보다 12분이나 빠르다. 올해 초부터 이날 전까지 북한이 8차례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할 때 항상 한국 군의 발표가 일본보다 빨랐던 점을 보면 이례적이다. 일본이 북한 미사일 발사 발표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한국의 지소미아 중단 결정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정보 취득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일본내 우려를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일본의 대북 정보력이 한국보다 앞서는 영역이 있다는 점도 과시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일본은 우리 측에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도 요청한 상태다. 합참은 이날 "한·미 정보당국은 정확한 제원을 정밀 분석 중에 있으며, 일본이 관련정보 공유를 요청함에 따라 현재까지 지소미아가 유효하므로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은 그린파인급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와 이지스함의 탄도탄 탐지레이더(SPY-1D) 등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데, 이때 지구의 곡률 및 북한과의 거리 등으로 인해 구체적인 발사 시각 등 초기 단계에 있어선 일본보다 훨씬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는 정점 고도 등에서 지금까지와 달랐다. 합참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의 최고 고도는 97km라고 밝혔다. 이는 25~60km 수준이었던 올해 북한의 미사일최고 고도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군 당국자는 "북이 이번엔 기존 발사체들을 고각(高角)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최고 고도가 크게 달라진 만큼 다른 탄종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발사 장소인 함경남도 선덕 일대는 북한이 지난 2016년 4월과 2017년 5월에 지대공 무기체계를 발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신속한 발표도 북한의 발사체 발사가 최고 고도는 97km에 달하는 고각으로 이뤄져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저각 발사에는 지구 곡률로 인해 일본의 탐지 레이더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발표 이틀만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이창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을 모욕하는 북한의 발언에는 대꾸 한마디 못하고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소미아를 파기하며 한미일 동맹의 근간을 뒤흔든 결과가 바로 이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보 수집이 가능한 것이냐"며 "청와대와 정부는 자해행위와 같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부터 재검토하고 북한 발사체와 관련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신속한 대응을 내놓기 바란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일본이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먼저 발표한 것은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항의의 뜻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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