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각 안보체제 사실상 탈퇴… 韓美동맹 파열음"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안준용 기자
입력 2019.08.24 03:00

[지소미아 파기]
- 한미일 전문가들 분석
"美, 한국과 방위비 협상에서 지소미아 파기 비용 청구 가능성"
"美의 동북아 전략서 한국 소외… 日 군사대국화 날개 달아줄 수도"
"한국정부, 국익보다 국내정치 우선… 일본때리기로 정치적 이득 노려"
中 "파기는 한국의 자주적 권리"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동맹 균열과 안보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 정부가 이례적으로 "실망했다(disappointed)"고 반응한 것을 놓고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3각(角) 협력의 연결고리(지소미아)를 끊은 것은 한국이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략에서 이탈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기 배경 설명하는 靑… 통보서 받으러 온 日대사 -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는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하는 외교 서한(구술서)을 전달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찾았다(오른쪽). /연합뉴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 관계에 후폭풍을 몰고 올 악수(惡手) 중의 악수"라며 "지소미아 파기에 반대해온 미국은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그 비용을 청구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도 일본과만 주요 전략을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국 내 기류에 따라 전작권 조기 전환으로 우리 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으로선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의 안보 전략에 협력하려는 의지가 없는 나라로 인식할 것"이라고 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동북아 안보 질서를 개편해 제2의 애치슨 라인을 그으면 한국은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미 무관을 지낸 한 예비역 장성은 "신뢰 훼손을 넘어 동북아 안보 전략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라며 "우리는 소외되는 반면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한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는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주요 일간지들은 23일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신문 1면에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번 지소미아 파기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서지 않은 채 중·러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와중에 나왔다. 미국은 중국과는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고, 러시아와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 등을 놓고 갈등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 "주권 국가의 자주적 권리"라며 사실상 지지·환영 의사를 밝혔다. 미 CNN은 "한·일 균열이 북한에 대응한 안보 협력을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중국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일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미 조야(朝野)에선 한국 비판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와 전문가들은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를 '한·미·일 3각 공조의 탈퇴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한·미 동맹 해체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70년간 역내 번영과 안정을 이끈 한·미·일 공조 체제가 더 큰 위험에 직면했다"며 "향후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의 해체를 더 적극 공략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고 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이번 결정은 (한·미·일) 3각 공조 체제에서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것"이라며 "북한과 중국에 (한국이) 큰 선물을 줬다고 의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협정 종료 (통보) 직전 한·일 외교장관이 중국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회담을 연 점도 미국 정부의 의심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미국이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실장은 "(한국 정부가) 국가 이익과 국민보다는 국내 정치를 우선시한 결과"라며 "청와대가 당장은 국내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흔들리자 '일본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동북아 안보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지한파 전문가인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본지에 "한국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이롭게 하는 결정으로 국제사회에 한·미·일 안보 체제의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A4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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