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입학 부정' 의혹은 쏙 빠졌다..."조국, 공직자 검증대상 아닌 수사대상"

정준영 기자 오경묵 기자
입력 2019.08.23 17:33 수정 2019.08.23 20:06
曺, 딸 '입학부정 의혹' 해명 요구에 묵묵부답
사모펀드 기부, 웅동학원 환원 발표 "진정성 없다"
법조계 "정치적 노림수 안돼… 수사부터 받아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입장문을 발표한 뒤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가족의 재산 사회 환원 의사를 밝힌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23일 입장 발표에는 딸(28)의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20·30세대의 공분(公憤)을 샀던 핵심 의혹을 덮고 지나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엔 조 후보자 딸이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을 통해 제1저자로 이름올린 논문 등이 입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불거진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이 대규모 촛불시위를 열기로 돼 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30분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있는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실상 ‘승부수’를 던졌다. 부인과 딸, 아들이 공직자 재산신고액보다 큰 75억여원을 투자하기로 한 ‘사모펀드’를 공익법인에 기부하고, 모친 박정숙씨가 이사장으로, 부인 정경심씨가 이사로 있는 웅동학원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조 후보자는 "그 동안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사회적 혜택을 누려왔다"면서 "그 혜택을 이제 사회로 환원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제가 가진 것을 사회에 나누며 공동체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했다.

그는 총 2분45초 동안, 714글자, A4 용지로 6장 가량을 읽어내려갔다. 입장 발표가 끝난 뒤 "(입장문에) 사과 표현이 없던데 사과문으로 봐도 되느냐", "따님 입학특혜에 대한 해명은 없으시냐", "사과 한마디 해주시죠" 등의 기자들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난 18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나와 걸어가고 있다. / 남강호 기자
조 후보자는 지난 9일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본인은 물론 가족과 관련된 수십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가족 투자 사모펀드, 웅동학원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딸이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거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이르는 데까지 각종 입시 부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부터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다. 여기에 서울대와 부산대에서는 장학금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물론 딸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었다. 이날 아침 출근길에도 조 후보자는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가족의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도 그는 딸 등 자녀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저와 가족을 둘러싼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송구한 마음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재산 기부는)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심을 믿어주시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돈만 내놓으면 전부냐" "돈으로 장관직을 사겠다는 것이냐"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딸 의혹을 밝혀라" 등 시민들의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조 후보자 부부는 인맥을 활용해 딸과 아들의 입시를 위한 '스펙'을 설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딸이 2009년 공주대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는 조 후보자 부인 정씨가 지도교수였던 김모 교수를 직접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고, 같은 해 숙명여대에서 열린 여고생 물리캠프에서 딸의 과제를 지도한 교수도 부인 정씨와 서울대 81학번 동기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A교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딸 조씨는 이런 스펙을 통해 고려대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등에 진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딸 조씨는 자기소개서를 인터넷에 올려 팔기도 했고, 합격 수기를 올리기도 했다.

특히 고교생이던 2008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에 참여해 소아병리학을 주제로 한 SCI급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 올린 것이 핵심 의혹이다. 딸 조씨 이름을 올려준 단국대 장모 교수는 현재 사퇴 요구를 받고 있으며, 검찰에 고발도 됐다.

8월 12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를 받고 있다. /남강호 기자
조 후보자는 이날 사모펀드와 웅동학원 등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지 2개월 뒤, 부인 정씨와 딸, 아들은 공직자 신고 재산(56억4000만원)보다 많은 74억5500만원을 사모펀드에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조 후보자의 친척이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소유주라는 의혹까지 제기돼 있는 상태다. 웅동학원도 모친과 부인, 동생, 동생의 전처 등이 사유화해서 재산을 빼돌려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들과 관련해 조 후보자 본인과 일가를 겨냥한 고소·고발사건만 10여건이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의 동생과 전처 등이 웅동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통해 100억원대 채권 보전에 나선 것이 불법이라며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행동하는자유시민’은 후보자 부인과 자녀들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 관련 투자기업의 일감 수주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조 후보자 본인을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동안 조 후보자는 사모펀드와 웅동학원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15일에는 "후보자 및 가족의 재산 형성, 재산거래, 자녀 증여는 모두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세금 납부 등에 위법한 부분은 없다"고 했다. 웅동학원을 놓고 쏟아지는 채무 미신고·대출금 사용처 의혹 등에도 "사실이 아니다", "관여한 내용이 없다"고 해왔다.

이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조 후보자가 돌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혹들을 일거에 덮고, 앞으로 이어질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는 현재 공직자 검증대상이 아니라 사실상 수사대상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기부나 사회환원 등으로 여론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만해도 조 후보자가 받고 있는 혐의는 10여개가 넘는다"면서 "고소고발 사건이 접수된 이상 정치적인 해결 이전에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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