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입시전문가 "조국 딸의 '병리학 논문', 정유라 면접장에 걸고 들어간 메달 같은 것"

홍다영 기자
입력 2019.08.23 10:52 수정 2019.08.23 14:22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인터뷰
조 후보자 딸 자소서 분석 "의학 논문 당락 영향 미쳤을 것"
"면접관, 문과생이 이과 지원했는데 병리학 논문 안봤겠나"
의전원 자소서엔 "SNS 강조하며 신분노출 노린 흔적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 후보자 딸(28) 입시 부정 논란이 뜨겁다. 입시 전문가들은 "조 후보자 딸의 단국대 의대 논문, 공주대 인턴 활동 등은 고려대 입학 면접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씨는 고교 재학 중이던 2007년 여름 단국대 의대 연구소에서 약 2주간 인턴을 한 뒤 2008년 12월 국제적 수준의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씨는 2009년 7월쯤 공주대에서 약 3주간 인턴으로 활동한 뒤 그해 8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학회에 참가해 발표문에 ‘제3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해 여름 한국물리학회 여성위원회가 주최한 ‘여고생 물리캠프’에서 ‘장려상’도 받았다.

야권에서는 조씨가 이같은 경력을 활용해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진학했다면 ‘부정입학’이라고 주장한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23일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를 만나 조씨의 고려대, 서울대 대학원, 부산대 의전원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봤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했던 고려대 자기소개서. /A사이트 캡처
ㅡ조씨의 고려대 자소서를 보면 ‘지원자를 놓치는 것은, 미래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환경생태학자 한 명을 놓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는 대목이 나온다.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일반적인 입시 지원 자소서와는 안 맞아 보인다. 꼭 고려대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고려대만을 목표로 했다면 이런 말투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꼭 합격해야 한다면 수정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부분은 조씨의 자소서에서 크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자소서에서 눈에 띄는가. 조씨의 단국대 의대 연구소의 ‘병리학 논문’과 공주대 인턴십. 물리캠프 수상 등은 합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당연히 그렇다. 단국대 의대 연구소의 ‘병리학 논문’-공주대 인턴십-물리캠프 장려상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조씨가 지원한) 2010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세계선도인재전형 경쟁률은 2.6대 1로, 5명 모집에 13명이 지원했다. 1단계는 어학 40%, 서류(학교생활기록부) 60%로 3배수를 뽑았는데 조씨는 쉽게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2단계는 1단계 점수를 70% 반영하고, 나머지 30%를 면접으로 뽑았다. 이 면접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조씨는 외고에 다니는 문과생이 이과 계열에 지원한 경우다. ‘전공 적합성이 맞느냐'가 중요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조씨는 면접에서) 병리학 논문과 공주대 인턴십 등을 강하게 어필했을 것이다. 면접을 보는 자리에 병리학 논문 등을 가져가서 함께 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면접관이라면 이 부분을 반드시 체크한다. 궁금증도 유발되고, 어떤 논문인지 경위와 진위 여부, 어느 교수 등과 함께 썼는지 상세히 질문했을 것이다. 면접관들이 ‘혹시 (관련 자료를) 갖고 오셨습니까?’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봤을 수도 있다. 만약 조씨가 논문 등을 갖고 들어갔다면 ‘정유라가 메달 땄다면서 목에 메달 걸고 (면접장에) 가는 것과 똑같은 상황’인 것이다."

ㅡ조씨가 대학에 들어갈 당시 고교생이 대학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고, 논문을 쓰는 일이 흔한 일이었나. 조 후보자 부부가 정보력이 뛰어난 부모였던 것인가.
"한영외고 ‘유학반’은 아이비리그 등 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 2007년은 국내에 입학사정관제가 막 들어왔을 때다. (조씨는) 2010년 입시 때니까 3년쯤 차이가 난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던 학생들은 어떻게 하버드대, 코넬대 등 미국 명문대를 들어갈 수 있을지를 상세하게 연구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조씨도) 인턴십과 여러 아이템을 발견해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학부모, 즉 조 후보자 부부의 아이디어가 꽤 앞서 있었다고 봐야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 국내 정보만으로 합격하기는 어려웠다. (당시 외고에서) 아는 교수들끼리, 국내 교수뿐 아니라 해외 교수까지 같은 라인에 있는 사람들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교수나 전문가 집단에선 이런 일들이 가끔 있었다. (입시 관련) 초보자와 완숙된 전문가의 게임인 셈이다."

22일 경기도 용인시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를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장모 교수 연구윤리위원회에 강내원 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ㅡ부산대 의전원 자소서에는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노출했다. 당시 면접은 ‘블라인드 원칙’이었다는데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가.
"당시 전형 기준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블라인드 면접이었다면 서류에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결격 사유가 됐을 것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조씨 자소서를 보면 이름과 출신 고등학교, 동아리, 영자신문 편집장 경력, 운영한 페이스북까지 거의 100%가 다 공개돼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이라고 적지는 않았지만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블라인드 면접이 맞았다면 신분을 노출한 것이어서 합격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봐야 한다.

페이스북이 오히려 눈에 띈다. 페이스북이 대학 입시에 처음 등장했을 때, 입시전문가들 사이에서 ‘페이스북 관리 잘 하라’는 말이 나왔다. 페이스북에는 (개인 신상에 관한) 모든 것이 다 나온다. ‘나 좀 봐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자소서에서 조씨는 ‘자신을 잘 설명하는 단어 3가지’를 묻는 물음에 이름과 출신 고교, 페이스북을 적었다. 페이스북에 오면 누군지 완벽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소서보다 더 중요한 것을 공개한 것이다. 의전원은 대학 입시와 달리 사실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허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ㅡ조씨는 의전원 자소서에서 ‘부산 출신’이라는 것도 어필하고 있다.
"같은 맥락이다. 페이스북에서 조씨의 이름만 검색하면 안 나올 수 있으니까, 출신지 등 여러 힌트를 주는 것이다. 결국 내가 누구인지 찾아보라는 의미 아니겠는가."

ㅡ해외중→외고→이공계 대학→의전원 루트가 일반적이진 않아 보인다. 당시 조씨도 전문 입시 컨설팅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가.
"SKY는 한영외고가 학교 차원에서 밀착 관리했을 것이다. 사(私)교육보다는 학교 측에서 컨설팅했을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는) 이공계를 홀대했다. 조씨가 고1이었던 2007년 서울 6개 외고 교장이 모여 ‘정부가 탄압하니 아예 이과반을 개설하지 말자’는 취지의 공동 발표문을 내기도 했다. 유학반에 있던 조씨가 이과 계열의 인턴십을 했다는 것은 당시 외고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단국대 의대연구소 정도면 고급 정보 중에서도 최고급이다. 어디가서 발설하지 못할 정도의 정보이기 때문에 사교육 기관도 (추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ㅡ조씨는 필기시험이 없는 코스만 공략했다.
"해외파 학부모들은 공감할 것이다. 해외파 학생들은 수능 점수로 대학 가기가 어렵다. 어학성적과 서류, 면접 등으로 이뤄지는 수시전형을 노리는 게 일반적이다. 애초 수능을 안 볼 생각으로 이런 전형을 준비하는 것이다. 해외파 학생들은 어학이 뛰어날 수 있어도, 30% 정도는 (내신 등을) 밑에서 깔아준다. 심지어 국내파가 내신이 부담돼 외고에 원서를 내지 않을까봐, 외고에서 ‘해외파 학생들이 내신을 깔아준다’고 입시설명회 때 홍보하기도 한다. (조씨 같은 학생들은) 어학점수와 서류, 면접으로 대학에 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ㅡ부산대 의전원도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를 냈지만, 입학에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영외고 유학반 자체가 수능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파는 오지 마시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해외파가 국내 대학에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수능 준비가 제대로 안 됐는데 당연히 MEET도 피한다. MEET 보는 학생들은 고려대 생명공학부를 선호한다. 의전원으로 가는 길이라서 커트라인도 높다. 해외파는 국내 교과 학습에 맞춰진 국내파와 (필기로) 경쟁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입시 전략을 짤 때부터 외고→대학 수시→MEET를 반영하지 않는 의전원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씨도 어마어마하게 스펙을 관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ㅡ공주대 인턴 면접을 본 교수가 조 후보자 아내의 대학 동문인 사실이 드러났다. 부모의 인맥이 인턴에 들어갈 때 영향을 받을 수 있나.
"면접은 사사로운 결정이다. 당연히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중요하겠지만, 공식 입학도 아니고 인턴인데 (아는 사이라면) 떨어뜨리기 미안했지 않았겠나."

ㅡ조씨의 이른바 ‘금수저 스펙’에 허탈감을 느끼는 학부모가 많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폐지 주장도 나온다.
"상·중·하위권 학생 모두가 불편한 기분이다. (학종) 준비를 많이 하는 상위권 학생들도 화가 나 있다. ‘내가 준비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학종 준비를 못하는 학생들도 (이번 사태를 보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계층과 계급을 느낀 것 같다. 특히 일반고 학생들도 특목고가 이렇게 놀고 있는 걸 알아버렸다. 수시 전형의 핵심은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목적인데, (조씨의 경우를 보면) 입시의 핵심 가치가 외부 기록이라는 게 드러나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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