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지소미아 종료, 美 이해한다" 했는데, 美는 '문재인 정부'라 부르며 "사실 아니다"

윤희훈 기자
입력 2019.08.23 10:27 수정 2019.08.23 13:34
美 '한국 정부' 아닌 '문재인 정부' 표현
외교 용어론 드물게 공개적 "실망한다"
지소미아 파기에 '한미동맹 균열' 우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전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도 (우리 결정을) 이해했고 한미동맹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이런 설명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특히 미국은 이날 한국 정부를 '문재인 정부'라고 불렀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미 행정부가 곧바로 직설적인 표현을 쓰며 불만을 나타내고 나옴에 따라,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에 균열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청와대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2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정보공유 협정에 대해 한국인들이 내린 결정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은 "강한 우려와 실망감(strong concern and disappointment)을 표한다"고 했다. 이스트번 대변인은 특히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표할 때 '한국 정부'가 아닌 '문재인 행정부'(Moon Administration)라고 불렀다.

외교가에서 동맹국이 상대국에게 공개적으로 '실망한다'라는 표현을 쓴 건 극히 드문 일이다. 더군다나 미 행정부 외교관을 대표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이런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심각한 균열 신호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는데 실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면서 "두 나라 각각이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실망한다'라는 표현은 동맹이 아닌 일반적인 국가 관계에서도 좀처럼 쓰지 않는 표현"이라며 "자신들의 국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을 때나 사용하는 외교적 수사"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특히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사전 의견 교환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설명한 것을 미국이 곧바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나온 것도 한·미 양국 관계에 심상치 않은 시그널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일본의 반응이 없다면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고 미국 측에 역설했고, 미국은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정부 소식통은 22일(현지시각) "우리는 특히 한국 정부가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불만족스럽다"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미국 정부가 한국 측에 항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기(주미 한국대사관)와 서울에서 (항의)했다"면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우리의 불만족(unhappiness)도 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도 우리의 '이해'를 얻은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가 "이번 결정은 한국 관리들이 암시해왔던 것과는 반대의 결정(The decision was the opposite of what Korean officials had been hinting at)이었다"면서 "이번 결정은 미국의 집단 안보 체제를 유지·강화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9일 방한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통해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히 기여한다"며 협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2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만나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미국도 이해했다'라고 설명한 것부터가 사실과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 국방부·국무부 관료들은 중국의 확장 정책을 한·미·일 안보 협력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사실상 파기한 것은 이 공동전선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미국의 우려가 큼에도 마치 미국이 이해한 것처럼 청와대가 설명한 것은 사실을 호도한 것"이라고 했다. 진 수석연구위원은 "지소미아 종료는 한국의 대외 정책에서 대변환을 불러올 정무적·외교적 판단"이라면서 "단순히 한미동맹에 문제가 없다라고 할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부가 구상하는 큰 그림과 구상을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이러한 논란이 한미동맹을 멍들게 한다"면서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은 정확히 인식하고, 이런 현실적인 인식에 기반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청와대는 '미국이 이해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런 식의 잘못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면 안된다"며 "'미국이 불만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어떤 수단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할 숙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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