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논문, 윤리심의 안받고도 "받았다" 허위 기재

곽수근 기자 최연진 기자 박해수 기자
입력 2019.08.23 03:14

[조국 의혹 확산]

학계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 고교생 조씨 '박사' 기재도 들통
논문 게재한 병리학회 "교신저자, 2주내 해명 못하면 논문 취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한영외고 2학년이던 2008년 단국대 의대가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소아병리학 관련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규정 위반'이 있었던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단국대의 윤리 심의를 받지 않았는데도 논문에는 '심의를 거쳤다'고 쓰는가 하면, 단국대 내부 전산 시스템에는 고2 학생인 조씨가 '박사'로 등록돼 있었다. 의혹이 잇따르자 단국대 연구윤리위 등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한 대한병리학회도 교신저자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에게 '소명 요청서'를 보내 조씨를 제1저자로 올린 경위를 2주 이내에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학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장 교수가 해명을 거부하거나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논문 게재를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씨의 제1저자 등재에 하자가 있다고 결론날 경우 논문 자체가 철회되고 조씨의 고려대 입학도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리委 '패싱'하고 조씨는 '박사'로 허위 기재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연구팀은 대학 연구 윤리 심의를 받지 않고도 논문에 심의를 받은 것처럼 허위 기재했다. 논문에는 '이 연구는 단국대병원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로부터 승인받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IRB 승인은 혈액·세포·DNA 등 인체 유래 물질을 연구할 때 사전에 연구계획서를 심의받아야 하는 제도다.

그러나 단국대병원 IRB 관계자는 "조씨가 제1저자로 기재된 해당 논문이 IRB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IRB 승인을 받지 않은 것도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인데, 받지도 않고 버젓이 승인받았다고 기재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단국대 측은 "책임 저자인 장영표 교수가 실수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 진상규명 촉구 - 22일 대한의학회가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고교생 신분으로 의학 논문 제1 저자로 등재된 것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문화일보
또 단국대 전산 시스템에 등록된 해당 논문에는 조씨가 '박사'로 기재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조씨의 학위는 '박사', 소속은 '단국대 의과학연구소'로 분류됐다. 대학의 검증을 통과하기 위해 조씨가 고교생이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박사로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명단을 입력한 단국대 A교수는 이날 학교 측을 통해서 "분업화된 연구여서 인턴 조씨와 공동 연구한 기억이 없다"며 "시스템에 입력할 땐 조씨 소속이 '의과학연구소'로 돼 있어 박사인 줄 알고 박사로 입력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단국대는 "2015년 시스템 개편 작업 때 일부 데이터에서 일괄적으로 '박사'로 입력되는 오류가 있었다"며 "A교수가 정확히 기억을 못 하고 있다. 시스템 오류에 의한 것인지 A교수가 입력한 것인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야당에선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박사로 입력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일이냐"고 했다.

◇논문 취소 가능… 고려대 입학 취소로 이어지나

단국대 연구윤리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조씨 논문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윤리위 측은 "위원들이 사건 내용을 공유하고 조사 방향과 범위, 방법 등을 확정했다"고 했다. 조씨도 이 윤리위 조사에 출석해 논문 작성 경위 등을 설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을 학회지에 실은 대한병리학회도 이날 책임 저자인 장영표 교수에게 '소명 요청서'를 발송했다. 학회는 소명서에서 '공동 저자 6명의 논문 공헌도, 6명 전원의 저자 순서 합의 여부, 연구 기록물 및 연구 일지 등 객관적 자료를 2주 이내에 제출하라'고 했다.

각종 조사 결과 해당 논문에 조씨가 제1저자로 오른 것이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조씨의 고려대 입학이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제1저자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나면 조씨 이름만 빼는 게 아니라 논문 자체가 철회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러면 조씨는 자기소개서에 '허위 사실'을 적은 것이 된다"고 했다. 고려대는 전날 입장문에서 "서면·출석 조사에 따라 전형 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 경우 입학 취소 처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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