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18조사위 6억, 軍사망조사위 9억… '국군의 날 70년' 예산을 돌려썼다

양승식 기자
입력 2019.08.23 03:01

국방부가 작년 국군의 날 70주년을 위해 편성된 예산 중 일부를 군 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와 5·18 특별조사위원회 운영비로 바꿔 쓴 것으로 22일 나타났다. 군은 작년 건군(建軍) 70주년 행사 때 예정됐던 대규모 시가행진 행사를 취소한 뒤 남는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쓴 것이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이날 국방부에서 받은 2018년 예산 집행 내역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군의 날 70주년 예산으로 79억1000만원을 편성했지만 27억2400만원만 실제 집행했다.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시가행진 행사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군은 나머지 예산 중 9억4800만원은 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5억9800만원은 5·18 특별조사위원회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 국방부는 국군의 날 예산 중 19억7900만원이 각종 위원회의 사무실 공사나 임차료, 비품 구매, 홈페이지 구축 등에 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는 행사 예산을 위원회 운영비로 바꿔 쓰면서 국회에 신고하지도, 기획재정부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종명 의원은 "예산을 무단으로 바꿔 쓴 것으로, 국가재정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국군의 날 행사와 사망 사고 진상규명위 운영비 등은 '국방 행정 지원'이라는 예산 항목에 함께 묶여 있다"며 "같은 항목의 예산을 조정해 쓰는 것은 원래 가능한 일로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군은 당초 국군의 날 70주년 행사를 대규모로 치르기 위해 예산 79억여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계획했던 군사 행진과 각종 무기 전시 등을 돌연 취소하면서 예산이 50억원가량 남게 된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당시 행사 축소에 대해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방부가 이른바 '예산 조정'을 통해 70주년 국군의 날 예산을 군 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 사용하기로 한 건 행사 축소 결정 5일 만이었다. 군은 작년 8월 9일 청와대와 회의한 끝에 퍼레이드를 생략하고 전쟁기념관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군의 날 행사 축소 결정 직후인 그달 14일 예산 조정을 통해 군 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로 예산 일부를 돌렸다. 군 사망 사고 진상규명위는 작년 3월 관련법이 통과돼 출범했기 때문에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는데, 축소된 국군의 날 예산을 임의로 끌어다 쓴 것이다.

당시 군은 국군의 날 행사를 추진하면서 국방부 훈령도 위반했다. 국방부 훈령에 따르면 5년 주기의 국군의 날에는 도보 부대와 기계화 부대의 시가행진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군은 작년 행사에선 이를 빼고 연예인 공연 등으로 대체했다. 결과적으로 작년 70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조용히 진행됐고 규모도 이전보다 대폭 줄었다. 그 5년 전인 지난 2013년 65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참여 인원이 1만745명, 초청 인사가 4000여 명이었다. 하지만 70주년 국군의 날은 군 참여 인원이 585명, 초청 인사는 18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당시 축소된 우리 건군 행사와 달리, 북한은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평창올림픽 개막일 전날(2월 8일)로 옮기고 대규모 열병식까지 했다.



조선일보 A1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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