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덮으려 한·미·일 안보 공조 깨나, 국민은 바보 아니다

입력 2019.08.23 03:20 수정 2019.08.23 06:56

청와대가 어제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는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우리를 '백색 국가'에서 제외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상 민감한 군사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본격화한 이후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대응 조치로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잇따라 경고를 보내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협정 연장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전날 정경두 국방장관도 국회에서 "지소미아의 전략적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랬던 기류가 돌변해 전격적으로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지소미아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한·일 양국 안보에 모두 도움이 되는 협약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잠수함과 미사일 동향을 추적·탐지할 때 일본의 인공위성 정보와 해상초계기 정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최근 북 미사일의 최종 궤도는 일본 정보를 받고서야 알 수 있었다. 전 정부 시절인 2016년 지소미아를 처음 체결할 때 강력 비판했던 지금 여권이 이를 계속 연장한 것도 이런 안보상 이점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소미아 파기로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미 관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상징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은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3국이 공동 대처하는 데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는 최근 "지소미아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발표했고, 최근 방한한 미 국방장관, 주한 미 대사 등도 여러 차례 같은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파기한 것은 한국이 3국 안보 공조를 깨려 한다는 신호를 줄 수밖에 없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쾌재를 부를 일이다.

안보 고려가 최우선이 돼야 했을 지소미아 문제를 경제 보복 맞대응 카드로 쓴 것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청와대가 이런 충격적 무리수를 둔 것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정국을 전환하려 한 것은 아닌가. 대형 사고를 치고 그것을 또 다른 대형 사고로 덮으려 하는 건가. 그것도 안보 문제를 이용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조선일보 A31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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