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2주밖에 안남았는데...조국처럼 못해줘서 미안할 뿐" 허탈감에 빠진 수험생 부모들

권오은 기자 김혜지 인턴기자(서강대 수학과 졸업)
입력 2019.08.22 12:02 수정 2019.08.22 14:31
조 후보자 딸 ‘수시 3관왕’ 논란… "수시 2주밖에 안남았는데"
수험생 부모들 "허탈하다" "조국처럼 도움못줘 미안할 따름"
입시전문가 "업계에서도 충격"... "수시 폐지하라" 靑 청원도

"본인들은 용으로 계속 살려고 학생부종합전형 이용하고, 우리에겐 행복한(?) 개천에서 살라니"(강남지역 학부모 입시커뮤니티 D스쿨 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28)이 이른바 ‘수시 3관왕’ 끝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것을 두고 학부모들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달 6일 202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코앞에 둔 학부모들은 허탈감은 물론 자녀에 대한 미안함까지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시 폐지’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 대강당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0대입수시 대학선택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가 입시 정보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 딸 입시 논란…수험생 학부모 "자녀에게 미안"
조 후보자의 딸은 한영외고 재학시절 장모 단국대 교수가 주관한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장 교수의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밝혀졌다. 장 교수는 "기여도가 높아 제1저자에 이름을 올려줬다"는 입장이지만, 학계에서는 "인턴십에 참가한 고교생이 병리학 논문 주 저자가 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경력을 기반으로 조 후보자 딸은 고려대를 거쳐,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전원에 진학했다. 모두 필기시험이 없거나 별도의 시험성적 등이 반영되지 않는 전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수시 3관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전모(48·서울 구로구)씨는 "학생부 신경 쓴다고 방학 중에도 딸이 애써서 그 뒷바라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조국씨를 보니 비교돼 미안한 엄마가 됐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고1 학부모 유모(46)씨는 "조국 딸의 입시비리 의혹은 현대판 음서제"라며 "이번 기회에 정량 평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시제도를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 학부모들이 활동하는 입시커뮤니티 D스쿨에도 조 후보자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입시비리에 동조하는 똑같은 인간들이다' '입시를 농락했다. 논문 취소되면 학위까지 모두 일괄 취소하고 검찰 조사를 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조 후보자 관련 촛불집회에 일반 수험생 학부모도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글도 있었다.

김재환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조국 교수 딸 스토리를 접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국 교수의 딸 소식을 접한 아내가 '당신도 교수이면서 아들에게 논문 제1저자 스펙을 만들어주었다면, 지금처럼 재수를 하고 있지 않을텐데 아빠도 아니다'라고 핀잔을 들었다"며 "재수하는 아들에게 전 나쁜 아빠인가요?"라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시전문가들 "개인역량 外 평가에 허탈감 느끼는 것"
입시전문가들은 "조 후보자의 딸이 응시한 수시전형은 ‘개인의 역량’으로만 입시가 결정되지 않는 경우여서 학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소위 상위권 대학 7곳의 입시 비중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개인의 성과뿐만 아니라 학교별 동아리, 교사의 학생부 작성 능력 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 그래도 불만이 있던 학부모들은 이번 논란으로 더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조국 딸 입시비리 의혹 사태는 업계 내서도 충격적인 일"이라며 "수시를 확대한 것은 학교 내에서 충실히 활동을 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함이었는데, 조 후보자의 딸은 의대 연구소 인턴십과 같이 학교 바깥에서 노력했다. 수시전형의 기본 취지와 정반대인 셈이다"라고 했다. 임 대표는 이어 "학교 내에서의 노력보다 학교 바깥의 노력이 강조됐다는 점에서 그간 준비를 잘 해둔 상위권이든, 그렇지 못한 하위권이든 박탈감과 분노를 안겨줬다는 것이 지금 논란의 핵심이다"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전문가는 "쉽게 말해 내 자녀는 매일 밤까지 그 고생을 하는데, 조 후보자 딸은 상대적으로 쉽게 입시를 치른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허탈해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대입 정원의 약 80%를 수시로 선발하는 현행 입시제도를 두고 ‘불공정’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수시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21일 한 청원인은 ‘대입 입시비리의 온상인 수시를 폐지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학생들조차 수시는 왜떨어졌는지도 알수없는 깜깜이 전형이라고 불신하고, 실제로 수능시절엔 없었던 입시비리가 계속 터지고 있다"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던 정부에서 계속해서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있다"라고 썼다. 현재 이 청원은 22일 오전 11시 기준 1100여명이 동의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돌아보지 않고 직진만 했다가 이번 기회에 전체 인생을 돌이켜보게 됐다"면서 "저와 제 가족들이 (받은) 사회적 혜택이 컸던 만큼 가족 모두가 조심스레 처신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딸의 금수저 스펙 논란에 허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질문에 "적법하다는 말로 변명하지 않겠다.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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