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차라리 조국 임명하라"는 목소리들

입력 2019.08.22 03:17 수정 2019.08.22 14:58

모든 것 맘대로인 대통령… 야당은 한심하고 지지율은 뭘 해도 50%이니
조국도 임명 강행으로 갈 데까지 가서 그 결과가 뭔지 보자는 것

양상훈 주필

조국씨에 대한 가장 큰 의문점은 왜 그가 '법무장관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판단을 내렸느냐다. 재산 21원인 아버지에게서 단돈 6원을 상속받았는데 지금 재산은 56억원이다. 국가 기관에 진 빚은 한 푼도 안 갚고 가족끼리 벌인 희한한 소송으로 100억대 돈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입학 필기시험이 필요없는 방식으로 고교, 대학, 의학전문대학원까지 들어간 딸은 낙제를 하고도 3년 연속 장학금을 받았다. 외국어고 학생 때 2주일 인턴하고 의대 병리학 논문 제1 저자가 됐다. 이 모든 문제를 조국씨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다른 자리도 아닌 법무장관으로서 심각한 흠결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바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씨는 바보가 아니다.

그가 이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돌파할 수 있다고 믿게 해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 조씨는 자신이 흠이 있지만 '문재인 지지율 50% 대(對) 한국당 지지율 20%'로 돌파할 수 있다고 믿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 때 고생한 사람들이 일을 더 잘한다"고 했다. 국회와 야당을 완전히 무시하는 이 태도는 문 대통령만이 아니라 조씨와 같은 비서들도 모두 공유했을 것이다. '야당이 한심해 무슨 주장을 해도 국민이 외면한다'고 믿게 되면 국회와 야당을 상대로 모험을 해보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실제 조씨는 민정수석 때 국회에서 어눌한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적도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의병' '이순신 12척' '국채보상운동'과 조국 자신의 '죽창가'가 대중(大衆)에게 먹혀들었고 이 분위기로 계속 몰고 가면 자신의 흠은 묻힐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죽창 든 의병 조국을 토착 왜구들이 죽이려 한다'는 그림이다.

조씨는 문 대통령 민정수석을 하면서 '흠결'에 대한 감수성이 크게 무뎌졌을 가능성도 있다. 집 3채에다 꼼수 투기한 국토부 장관 지명, 자신의 지역구에 재개발 투자해 16억 번 행안부 장관 지명, 귀신 같은 36억 주식 투자 헌법재판관 지명, 위장 전입 8회 헌법재판관 지명, 자신도 위장 전입했으면서 남 위장 전입은 징역형 내린 대법관 임명, 논문 표절 의혹 교육부 장관 지명, 음주 운전과 위장 전입 4회의 국방장관 지명, 격세 증여 중소벤처부 장관 지명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이 이해하기 힘든 인사는 모두 문 대통령과 조씨의 합작품이다. 조씨는 이 분위기 속에서 '흠결'을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 상실이 아니라 '한번 망신당하면 되는 통과 의례' 정도로 생각하게 됐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사람들 대부분을 야당의 반대 속에 임명 강행했다. 그랬더니 며칠 만에 기정사실이 되고 잠잠해졌다. 조씨는 이 과정에 너무나 익숙해진 사람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자랑한 사람이다. 그 비서였던 조씨도 그 '무시'와 '독선'의 공동체에 몸과 마음을 함께했다. 소득 주도 성장 실험 실패로 빈부 격차가 충격적일 정도로 벌어졌는데 이래도 되느냐고, 탈원전은 대체 왜 하느냐고, 태양광 패널은 이렇게 전국 산과 저수지에 깔아도 되느냐고, 민노총은 폭력 면허증을 받았느냐고, 북한만 금지옥엽이냐고 아무리 물어도 대통령은 대답도 없이 모든 것을 그냥 밀어붙인다. 이렇게 국정이 엉망인데도 지지율이 '50%'라고 한다. 그렇다면 조씨와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오기, 독선을 국민이 좋아하는 '소신'이라고 믿을 수 있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해도 이른바 '여론조사'가 또 50%로 나올 것이고 그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조씨의 특이한 성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의 내로남불을 보면 다른 사람들의 위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타인의 잘못에 분노하는 '조국'과 바로 그 잘못을 똑같이 저지르면서 아무 죄의식도 없는 '조국'이라는 두 인격체가 한몸에 들어 있는 것 같다.

지금 시중에선 문 대통령이 조씨를 임명하겠느냐, 포기하겠느냐는 논쟁이 벌어진다고 한다. 조씨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으로 고려할 정도이니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란 주장과 조씨 딸 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청년층 거부감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엇갈린다.

이런 와중에 상당수 사람은 '차라리 문 대통령이 조씨를 임명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갈 테면 끝까지 가서 그 결과를 보자는 것이다. 정권의 생각대로 야당이 너무 한심하고 분열돼 있으니 그래도 선거에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야말로 문 대통령과 조씨 같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 반대로 정권이 몰락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 A34면
3일의 약속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