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크레디트 혜택, 첫째 아이부터 준다

입력 2019.08.21 03:00

국민연금 6개월 낸걸로 간주… 향후 70년 재정 37兆 더 필요

정부가 첫아이를 낳으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6개월 납부한 것으로 간주해 혜택을 주는 내용의 출산 크레디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에 보고했다. 현재는 둘째 아이부터 출산 크레디트를 주는데, 이를 첫째로 확대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연금특위에 "출산 크레디트 대상을 첫째부터 6개월 지원하고, 향후 명칭을 '출산과 양육 크레디트'로 변경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며 구체적 방안과 필요 재정 추계를 보고했다. 이럴 경우 첫째를 낳으면 6개월의 크레디트를 받아 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 한 달에 1만2750원(2018년 기준), 둘째까지 낳으면 18개월의 크레디트를 받아 3만7750원을 더 받는다.

적은 금액 같지만, 지금의 20~30대가 이 혜택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하는 30여 년 후부터는 필요한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복지부는 연금특위에 현행 제도로 할 경우 국민연금 재정 추계 기간인 2088년까지 93조원이 들지만, 첫째에게 6개월 크레디트를 부여할 경우 130조원이 들어 지금 제도보다 37조원이 더 들 것이라고 보고했다.

현재 출산 크레디트 제도는 2008년 1월 1일 이후 낳은 둘째 자녀는 가입 기간을 12개월, 셋째부터는 자녀당 18개월을 추가해 최장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지는 등 출산율이 오히려 급격히 떨어지자 첫째에 대한 지원이 없어 출산율 제고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에 첫째부터 출산 크레디트를 주기로 한 것은 이런 여론을 수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자녀를 낳는 사람은 첫째가 6개월 크레디트를 받아 국민연금을 받을 때 한 달에 1만2750원(2018년 기준, 1년에 약 15만원), 둘째까지 낳으면 18개월 크레디트를 받아 3만7750원, 셋째 아이를 낳을 경우 36개월, 약 7만5000원의 국민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셋째까지 낳을 경우 1년에 약 90만원, 20년 동안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약 1800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37조원 초대형 출산 대책

추가로 지급하는 금액은 자기가 낸 연금액이 아니라 3년간 가입자 평균 임금(A값의 100%)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소득에 관계없이 같은 금액을 받는다. 최장 50개월 상한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독일은 자녀당 3년, 프랑스는 2년의 출산 크레디트를 주는 등 복지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해 시행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출산 크레디트 외에도 군 복무를 마치면 6개월을 추가로 인정해주고, 실업 상태에 놓일 경우 보험료의 25%만 내면 가입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실업 크레디트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천문학적 재정이다. 출산 크레디트를 주는 효과는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적은 예산이 든다. 둘째부터 출산 크레디트를 주는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했는데, 지난해 출산 크레디트 혜택을 받은 사람은 1000명, 지급 금액도 4억8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자녀를 낳는 사람들이 혜택을 보기 시작하는 30여 년 후부터는 필요한 돈이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50년 한 해 1조원이 넘기 시작해 2060년엔 2조4000억원, 2088년엔 4조3000억원이 필요하다. 누계를 내보면 현행 제도대로 둘째부터 크레디트를 줄 경우 2088년까지 93조원이 들지만, 첫째부터 줄 경우 37조원이 늘어나 130조원이 든다. 이에 따라 출산 크레디트도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제도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연금특위에서 청년 단체도 이런 의견을 보였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산 크레디트 요건이 발생하는 시점에 추가로 부여하는 가입 기간에 해당하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미리미리 적립하는 '사전 적립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연금특위에 제도 개선안을 보고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출산 크레디트 재원은 현재 국민연금 기금에서 70%, 국고에서 30%를 부담하고 있는데, 사회적 기여에 대한 보상인 만큼 국고 부담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출산율 인상 효과는 미지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지만 이 제도 시행으로 출산율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첫째에게도 출산 크레디트를 주려면 12개월 정도로 하자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연금특위에서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외국의 양육 크레디트 인정 기간이 대부분 1년 이상이라며 6개월은 너무 짧다는 의견을 냈다. 복지부는 재정을 고려해 6개월로 정한 것이라며 출산 크레디트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출산 크레디트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해 노후에 보상하는 차원"이라며 "다만 애를 낳아 키우는 시점과 실제로 출산 크레디트 혜택을 받는 시점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정부의 출산 정책이 다자녀 위주에서 첫째부터 중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산 크레디트는 자녀의 부모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때 부모 합의로 어느 한 사람의 가입 기간에만 추가한다. 두 사람이 합의하지 않으면 추가 가입 기간을 균등 배분한다.


☞연금 크레디트

개인의 생애주기에서 불가피한 사유 또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로 인해 연금을 불입하지 못했을 경우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어 연금 수령액을 높여주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출산, 군복무(6개월), 실업 등 세 가지 크레디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선일보 A1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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