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파 한자리서 보수통합 토론회..."처절한 성찰하되 화해와 용서로 뭉쳐야"

손덕호 기자
입력 2019.08.20 19:08
정의화 "새로운 중도세력 구심점으로 보수당 내 혁신세력 동참해야"
김병준 "朴 전 대통령 탄핵 때 입장 얘기하는 것 유보하자"
나경원 "반문연대, 안철수부터 우리공화당까지 참여해야"
정병국 "내년 선거가 아니라 더 길게 봐야 집권 가능"
오세훈 "캐스팅 보트인 국민 30% 마음 얻어야"
이준석 "조국 내로남불로 무너지면 민주당 강남좌파 지지 잃을 가능성"
이정현 "2% 친북좌파 제외한 98%의 희망 얘기하는 정당 나와야"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47%였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41%였고, 자유한국당은 18%, 정의당 8%, 바른미래당 6%, 민주평화당 1%, 우리공화당 1%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정을 거듭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론조사 결과는 딴판이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 지지자들은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주장까지 한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총선을 8개월 앞두고 사분오열된 보수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고 보수를 하나로 통합해내야 한다는 취지의 토론회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가 주관하고 플랫폼 '자유와 공화' 등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무소속 이정현 의원,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계기로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대표를 지낸 이부터 박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이, 새누리당이 한국당으로 변신한 이후 비대위를 이끌었던 이, 현재 한국당 원내를 이끄는 이까지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보수가 다시 생명력을 얻기 위해 뭉쳐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이룰지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밝혔다.

김병준(오른쪽)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나경원(왼쪽) 원내대표가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론회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정의화 전 의장은 중도 세력을 구심점으로 보수가 대통합하자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과거와 같은 권력 나눠먹기식 통합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명망가들이 손잡는 통합이 아니라, 처절한 자기 성찰과 희생이 필요하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수 정당의 자기 혁신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중도세력의 구심점이 세워지고, 기존 보수당 내 혁신 세력이 중도보수 기치에 동참한다면,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 정당이 혁신 없이 지분 나눠먹기 식으로 통합하면 내년 총선은 필패(必敗)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보수 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는가 반대했는가'를 놓고 분열돼 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보수 통합을 위해 "탄핵 당시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유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탄핵은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제대로 완성하라면 국민의 삶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야 하고 헌법 가치가 더 살아나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보수) 내부에서는 탄핵에 대한 당시의 입장을 따지기 전에 나라가 절벽으로 내딛고 있는 것을 멈추기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큰집'이라면서 "한국당 중심으로 통합하자"고 했다. 통합 대상으로는 '안철수부터 우리공화당까지'를 꼽았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반문(反文)연대의 틀 안에서 작은 차이는 무시하는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면서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 하는 것이 진정한 반문연대"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중도보수 개혁을 내걸었던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은 실패했다면서 중도보수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바른정당은 창당 이후 바로 대선 국면으로 들어갔고, 신생 정당과 현실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이 됐다"며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시점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여지 없이 현실 정치의 틀을 깨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통합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다"며 "그러나 선거(내년 4월 총선)를 앞두고 하는 통합은 서로 계산하고 갈라치기하고 (또 실패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내년 선거가 아니라 더 길게 봐야 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14년 자신이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6개월간 체류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보수의 가치를 지지하는 분들의 정신적인 분단 상태는 르완다 수준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4년 르완다 사태 당시 투치족과 후투족이 학살전을 벌였으나 지금은 서로 용서하고 국가 재건을 위해 힘을 합쳤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1단계로 보수진영 내부에서 생존을 위한 '화해와 용서'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며 "2단계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 30%의 마음을 얻는 길은 용서와 화해를 가치로 채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토론에 발제자로 나온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보수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략을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은 병력이 많은 병력을 이기려면 '모루와 망치'라는 전술을 사용해, 기동부대로 상대를 무너트려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으로 내년 총선까지 국면에서는 밀리지 않겠지만, 유권자 마음을 흔들 수 잇는 기동부대를 보수에서 고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각종 논란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조 후보자가 내로남불로 무너지면 민주당의 20년 집권에 필요한 강남좌파의 지지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며 "보수 지도자들은 젊은 세대가 관심 있는 새로운 주제를 발굴해 보수의 주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대표직을 내려놓고 탈당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2년 8개월을 무소속으로 지내면서 정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그 결과 "한국에 친북 좌파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2%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8%는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 98%가 요구하는 희망을 하나의 당에서 얘기할 수 있는 정당이 출현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일본의 자민당에는 진보와 보수가 함께 있고,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해 결정을 내린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플랫폼 자유와 공화'는 17대 의원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이 보수 통합을 주장하며 만든 단체다. 이들은 오는 27일에도 '야권 통합과 혁신의 비전'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이날 보수 분열의 원인을 성찰했다면 27일 토론에선 보수 통합을 위한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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