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만년 적자 철도공사, 4000억 분식회계로 흑자 둔갑

안준용 기자 이민석 기자
입력 2019.08.20 03:00

실상은 작년 1050억 적자

한국철도공사가 지난해 순이익을 실제보다 4000억원가량 부풀려 1000억원대 적자에서 3000억원 흑자로 둔갑시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19일 확인됐다. 철도공사가 흑자 공공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사실상 분식 회계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총리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감사원이 최근 철도공사 등 공공기관 23곳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결산 감사'를 실시한 결과, 철도공사는 지난해 회계 처리 과정에서 수익 3943억원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2893억원으로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1050억원 적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최근 결산 감사를 통해 "철도공사는 법인세법상 수익을 잘못 산정해 부채 3943억원을 적게 산정한 반면 수익 3943억원을 과대 산정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철도공사 외부 감사인인 대형 회계법인 삼정KPMG의 부실 회계 감사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철도공사 측은 "법인세법 개정 내용을 공사와 회계법인이 인지하지 못해 수익이 과다 계상됐다"며 "감사원 감사를 거쳐 장부상 수익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철도공사는 지난 6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18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2017년(C등급·보통)보다 한 단계 오른 B등급(양호)을 받았다. 전직 국세청 간부는 "이번 사례는 기업 경영 실적을 좋게 보이려고 이익을 부풀리는 사실상의 '분식 회계'"라며 "잘못된 실적을 토대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각종 금융 혜택 등을 받으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는 것"이라고 했다.

철도공사의 '4000억 수익 뻥튀기'는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경영·회계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철도공사는 만성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직원 1명당 평균 1081만원의 성과급·상여금을 지급했다. 직원 2만8000여명에게 총 3000억원 이상을 지급한 것이다. 임원은 3500만~5500만원씩 받았다.

철도공사의 부채는 2015년 13조4502억원에서 지난해 15조5532억원으로 2조원 이상 늘었다. 2016년 2265억원 적자에 이어 2017년엔 적자액이 8555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임직원 정원은 2015년 2만7981명에서 올 6월 말 3만2267명으로, 4286명(약 15%) 늘었다. 올해도 전년보다 한 단계 오른 2018년 경영 평가 등급(B등급) 등을 토대로 성과급을 지급할 전망이다. 문재인 캠프 출신으로 작년 2월 철도공사 사장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오영식 전 사장도 수천만원대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공공기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방만한 경영·회계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총 339곳 중 감사원의 결산 검사 대상은 23곳에 불과하다. 한국전력 등 일부 공기업은 상장까지 돼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지 않는다. 공공기관 대부분이 회계 처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뜻이다. 대형 회계 법인의 한 간부는 "공공기관 회계 감사는 감시하는 눈이 적은 편이라 회계법인들이 쉽게 생각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공공기관은 실적을 부풀려 이른바 '성과급 잔치'를 벌이거나, 일부러 실적을 줄여 탈세하고 정부 예산을 많이 배정받는 경우도 있다. 이 모두 국민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앞서 한국농어촌공사는 경영 실적 평가를 잘 받기 위해 2014~2015년 총 9637억원 규모의 국책 사업 공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준공 처리했다가 총리실에 적발됐다.

산업은행은 2011년 영업이익을 최대 2443억원 부풀려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더 지급했다가 감사원 감사에 걸렸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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