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야간 개방 한옥·심야책방 가볼까

박근희 기자
입력 2019.08.17 03:00 수정 2019.08.17 04:31

[아무튼, 주말]
한여름밤의 핫플레이스

여름밤 달빛 스민 100여 년 한옥에서 시간 여행을 하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다. 8월 말까지 매주 수·토요일 야간에 특별 개방하는 서울 가회동 '백인제 가옥'.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바캉스 후 여름밤은 무엇을 하기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도 참 애매한 시기다. 후텁지근한 더위에 잠 못 이루고 당장 어디론가 떠나기가 부담스러울 때 '밤 문화'를 즐기기 좋은 '핫플'들이 기다리고 있다. 100여 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즈넉한 한옥을 거닐며 시간 여행을 하고, 심야 책방에서 밤늦도록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는 여름밤은 어떨까. 그냥 잠들기 아쉬운 여름밤의 핫플들을 소개한다.

백인제 가옥·고궁 여름밤 특별 개방

달빛 아래 소담스러운 100년 한옥의 뜰을 거닐어 보고 싶다면 서울 북촌 가회동 백인제 가옥으로 가자. 이달 말까지 매주 수·토요일 오후 9시까지 여름밤 특별 개방한다. 백인제 가옥은 근대 한옥의 양식을 보존한 대표적인 일제강점기 한옥. 1913년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건립했다. 이후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과 그의 아내 최경진 여사를 거쳐 서울시로 소유권이 이전되기까지 주인이 몇번 바뀌었지만, 옛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채 관람객을 맞는다. 당시 12채의 한옥 부지에 압록강 흑송을 사용해 지은 백인제 가옥은 상류층이 살던 전통 한옥과는 조금 다른 형태다. 전통 한옥이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한 것과 달리 백인제 가옥은 안채와 사랑채 두 공간이 복도로 연결돼 있다. 집 외벽에 붉은 벽돌과 격자 유리창을 사용하고 다다미방을 갖춘 것도 일제강점기 한옥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이하게 복층형으로 된 안채에는 백인제·최경진 부부의 결혼식 사진도 그대로 전시돼 있다. 안채 앞마당의 지하 방공호는 학생과 젊은 관람객들에게 이색 전시물. 뜰과 마주한 사랑채 툇마루는 관람객들의 포토존이다. 도심 야경 감상을 해보고 싶다면 별당채가 제격이다. 백인제 가옥의 가장 높은 곳에 있어 북촌의 겹겹이 이어진 기와지붕 너머 N서울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별당채는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강인국의 저택으로 등장한 곳이기도 하다.

야간 개방 기간 문화해설사의 해설은 수·토요일 오후 7시부터 30분간 1회 진행한다. 무료 관람. 이달 25일까지는 8·15 광복절 기념 기간으로 덕수궁창경궁도 휴궁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9시까지 야간 무료 개방한다고 하니 밤 마실 나간 김에 들러볼 것.

9월 1일까지 야간 개장하는 경기 광명시 '광명동굴'. / 광명시청
책 읽고 문화 행사 여는 심야 책방

잠 못 이루는 밤 시원한 공간에서 실컷 책 읽고 싶은 이들에겐 심야 책방이 제격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서울 연희동의 '책이 있는 요리주점' 백색소음은 요리와 와인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6시나 6시 30분쯤 문 열어 다음 날 오전 3~4시까지 영업한다. 은은한 조명에 의지한 지하 공간은 온통 책으로 채워져 있다. 매장 가운데 메인 홀에서는 문학을 전공한 주인 서호준(38)씨가 모아온 600여 권의 소설책과 문학 잡지를 자유롭게 꺼내 읽을 수 있다. 책은 작가별로 정리돼 있어 찾아보기 쉽다. 삼면을 두른 책장과 커다란 테이블은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술과 요리, 책이 있는 서울 연희동 '백색소음'.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연희동 '백색소음'의 내부.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독립서적 판매 코너엔 20~30대가 좋아할 만한 에세이가 주를 이룬다. 서씨는 "책에 관심 많은 이들뿐 아니라 간단히 술을 마시거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공간을 이용하려면 주류 주문이 필수다. 와인(1잔 9000원)을 비롯해 '화요' '그라주' 등 증류주 위주다. 머쉬룸 치킨 스튜(1만9000원), 버터커리 치킨 스테이크(1만9000원), 라구파스타(1만6000원), 가지구이(8000원) 등 '안주'라고 적힌 메뉴들은 식사를 겸해도 좋을 만큼 양이 푸짐한 편이다. 공간 성격상 4인 이상의 단체는 이용 불가하다. 서울 봉천동의 독립서점 살롱드북도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에 문을 열어 자정에 문 닫는 심야 책방으로 소문나 있다. 아담한 공간에 판매용 책과 작은 테이블이 있다. 편히 책 읽기에는 부족함 없는 분위기다.

상시 심야 책방으로 운영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전국 70개 서점과 함께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운영하는 '심야 책방' 행사를 눈여겨볼 만하다. 심야 책방에 참여하는 책방들은 행사 당일인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11시까지 연장 운영하며 각 책방의 특성에 맞는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하반기에 서울에선 '백색소음'(서대문), '자상한 시간'(관악)을 비롯해 '날일달월'(광진), '상암 누리문고'(마포), '책방 남산'(용산) 등 14곳이 참여한다.

심야 극장도 있지만, 요즘엔 '영화 카페'가 대세다. 잠 못 이루는 여름밤 시원한 음료나 와인 한 잔 마시며 영화 한 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 이태원동 헵시바극장은 고전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5년 차 와인바다. 분위기가 독특하다. 극장처럼 꾸민 바(bar)의 붉은색 커튼이 언뜻 파리 몽마르트르의 댄스홀 물랭루주를 연상케 한다. 소파에 앉아 밤늦게까지 빔프로젝터로 상영하는 고전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상영작은 매주 금요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한다. 영화는 휴무일인 월요일과 대관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6시부터 2~3회 상영한다. 영화 관람료나 입장료는 따로 없다. 와인(1잔 1만2000원, 1병 4만원)이나 와인 2잔에 치즈 살라미가 곁들여 나오는 치즈 살라미 세트(3만8000원) 등을 주문하면 누구나 고전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오후 5시에 문 열어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운영.

17일까지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펼쳐지는 '한강달빛서커스'. / 한강사업본부
한강에선 서커스와 영화, 마켓까지

한강 대표 축제인 한강 몽땅 여름축제는 오는 18일까지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히는 '한강달빛서커스'는 17일까지 오후 6~10시 반포 한강공원 세빛섬 앞 수변 무대 일대에서 펼쳐진다. 추억의 '동춘서커스', 1인 광대극 '나홀로 서커스' 등 손에 땀을 쥐는 서커스 공연을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관람할 수 있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6~11시 반포 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는 수공예 작가,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낭만 달빛 마켓'도 들어선다. 푸드 부스를 돌며 식도락을 즐기고, 액세서리 등 아기자기한 소품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 밖에 여의도한강공원에선 최대 헌책 축제인 '다리 밑 헌책방 축제'가 오후 10시까지 이어진다.

조선일보 B8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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