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重 노조 "협력사 월급 25% 올려라" 황당 요구

울산=곽창렬 기자
입력 2019.08.15 03:00

사측에 "협력사 직원 1만4000명 월급 올려주고 복지 수준도 높여라"
협력사 직원 "노조 끌어들이려는 비현실적 꼼수, 작업 방해나 말라"

지난 5월 회사 법인 분할을 반대하며 파업을 벌인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또다시 파업을 결의했다. 기본급을 12만3526원 올리고(6.7% 인상), 성과급을 최소 250% 보장하라고 요구 중이다. 노조는 이미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쳤고, 지난달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전체 재적 조합원의 약 60%가 찬성해 파업권을 확보했다.

다만 올해 노조는 예년에 안 하던 특이한 요구를 앞세우고 있다. 자신들뿐 아니라 150개 협력업체 직원 1만4000여 명도 임금을 25% 올려달라고 나선 것이다. 또 협력업체 직원들도 학자금·명절 귀향비·휴가비·성과급과 유급 휴가·휴일도 자신들과 같은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려면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의 인건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은 "협의대상이 아니다" 라는 입장이다. 얼어붙은 조선업 경기를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요구라는 의견이 많다. 그럼에도 이런 요구를 하는 이유가 뭘까?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 이무덕 연합회장은 "힘이 빠진 노조가 조합원들을 유치하려고 내건 조건"이라고 했다.

◇"협력사 임금 25% 인상" 황당한 요구

2010년만 해도 현대중공업 직원은 2만400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3~4년간 조선업 불황을 겪고 회사가 4개 계열사로 쪼개지면서 직원 수가 1만5000여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조합원 수도 1만7000여 명에서 8500여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조합원이 내는 노조비가 줄면서 노조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 몰리자 협력업체 직원들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울산에서 만난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사장 김모씨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뭐라건 협력업체 직원 대다수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가 20년 넘게 여기서 일하는 동안, 노조는 해마다 형식적으로 '협력업체 직원 처우 개선'이라고 임금협상 요구안에 한 줄 내걸었을 뿐 진정성을 갖고 구체적인 안을 낸 적이 없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자신들이 급해지니 이러는 거라 협력업체 직원들 반응이 냉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조가 협력업체 직원 임금을 '25%' 올리라고 요구한 데 대해 협력업체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무덕 연합회장은 "자동차 같으면 단가를 올려서 임금 인상에 따른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조선업은 경기가 얼어붙어 단가를 올릴 수도 없는데 무슨 수로 임금을 올려주느냐"고 했다.

협력업체 "일하는 데 방해만 말아 달라"

협력업체 직원들은 현대중공업 내에 있는 공장 등에서 작업한다. 지난 5월 현대중공업 파업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일하지 못하도록 협력업체 공장의 전원을 꺼버렸다. 협력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퇴근시켰고 수억원대의 손해를 입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현중 노조가 파업한다고 우리 일하는 것 방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원청(현대중공업) 노조가 연대 차원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정당한 교섭 대상이 아니다. 사측이 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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