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저수지 태양광' 막으려… 80대 할머니까지 시위 나왔다

진천=김석모 기자
입력 2019.08.15 03:00

"환경 해치는 사업 즉각 취소하라" 주민들 공사차량 막고 일부 실신도

지난 12일 오후 7시쯤 충북 진천군 이월면 신계리 화산저수지 인근 도로변에 주민 30여명이 몰려나왔다. 이들은 건설 자재를 싣고 온 탑차 2대를 막아섰다. 탑차에는 저수지에 설치할 태양광발전 시설 장비가 실려 있었다. 주민들은 "태양광발전 사업을 중단하라"며 하차 작업을 저지했다. 2~3시간 실랑이 중 주민 김모(여·80)씨와 한모(여·77)씨가 탈진해 쓰러졌다. 두 사람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중재에 나섰다. 주민들은 태양광 사업자 측이 "자재를 내려놓지 않겠다"며 물러선 후에야 해산했다.

14일 충북 진천군 신계리 주민들이 한국농어촌공사 진천지사 앞에서 화산저수지 태양광발전소 설치 사업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위). 아래 사진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될 신계리 화산저수지 전경. /신현종 기자
충청도 조용한 산골 마을이 수상 태양광발전 사업으로 시끄럽다. 화산저수지 수면 2만㎡에는 발전 용량 2200㎾ 규모의 태양광발전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주민들은 태양광 패널이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며 반대에 나섰다. 주민들에게 사전에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고도 주장한다. 주민들은 '화산저수지 태양광 저지 위원회'를 결성했다. 14일 진천군청과 농어촌공사 진천지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태양광발전 사업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홍영국(67) '화산저수지 태양광 저지 위원회' 위원장은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자랑인 동네 저수지에 검은 태양광 패널 수천 장이 깔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수지와 30m 내외로 인접한 주민들은 12가구 정도다. 사업이 완료되면 이들은 저수지에 떠 있는 태양광 패널을 전망으로 갖게 된다. 염모(59)씨는 "저수지 바로 옆에서 식당을 하는데 찾아오는 손님들 모두가 '이 좋은 경관을 왜 훼손하느냐'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관계 기관들 사이에 책임 떠넘기기도 심각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 김모(67)씨는 "사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해도 농어촌공사, 지자체, 사업주, 환경청 등은 '타 기관의 업무'라며 설명을 거부했다"며 "주민들이 이리저리 다니며 사업 내용을 확인하는 동안 모든 행정절차가 끝나버렸다"고 했다. 주민들은 화산저수지 수상 태양광 설치 공사 중단 가처분 신청과 개발 행위 허가 취소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진천군 관계자는 "원만하게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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