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인사이드] 이승만 동상 앞에 선 黃 "文정권 실패했다"

이슬비 기자
입력 2019.08.15 01:37

黨지지율 하락, 리더십 논란 빚자 反日·건국·자유 상징 이승만 택해
광복절 전날 이례적 대국민 담화 "자유 우파 통합 이뤄내겠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국회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으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야당 대표가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 전날 담화 형식의 입장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황 대표는 이날 수도권 의원들을 전진 배치시키는 당내 인선도 했다. 당 안팎에선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리더십 논란을 빚고 있는 황 대표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정책 대전환 나선다면 어떤 고려도 없이 적극 협력"

자유한국당 황교안(오른쪽) 대표가 14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황 대표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 등의 헌법 가치에 동의하는 자유 우파는 모두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황 대표는 이날 담화에서 "문재인 정권은 실패했다"고 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고, 시장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이 정권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우리의 헌법 정신인 자유민주주의는 다르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권력을 움켜쥐고, 자유민주주의 기본 정신인 삼권분립을 흔들고 있다"며 "반시장·반기업·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시장경제 기반까지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다만 "지금이라도 정책 대전환에 나선다면 어떤 고려도 없이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가 '이승만 동상'을 담화 발표 장소로 정한 것은 광복절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결집을 호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현 정권에 맞서, 이 전 대통령이 주도한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이 진정한 건국이라고 의미 부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날 행사는 지난 7일 황 대표가 당 사무총장과 비서실장 등이 참여한 참모회의에서 "광복절을 맞아 '큰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한 이후 준비됐다고 한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토론 과정에서 반일·건국·자유를 모두 상징하는 인물로 이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며 "시기를 대통령 경축사 전날로 잡은 것은 야당이 끌려가는 구도를 바꿔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여당은 "예의에 어긋난다" "금도를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그만큼 황 대표가 다급한 심경이라는 방증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9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25%까지 올라갔던 한국당 지지율은 18%로 황 대표 취임 전인 2월과 같은 수치로 떨어졌다. 한국당 한 수도권 의원은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여권이 친일·반일 구도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다"며 "이대로 흘러가면 수도권 총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대전환의 5대 실천 목표'로 '잘사는 나라' '모두가 행복한 나라'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 '화합과 통합의 나라'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를 제시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구체적 비전이 안 보인다" "정권 비판도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합 강조하며 당직 인사

황 대표는 이날 "자유 우파(右派)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황 대표 측근들은 "수도권과 중도 보수층에도 적극 손을 내밀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표 비서실장과 당 대변인을 교체한 것은 당 운영이 친박과 영남에 치중돼 있다는 비판을 일부 수용한 결과다. 실장엔 김도읍 의원(재선, 부산 북·강서을), 수석대변인엔 김명연 의원(재선, 안산단원갑)이 임명됐다. 김성원 의원(초선, 동두천·연천)과 원외 인사인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도 대변인에 합류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가깝게 조언을 구하는 의원들은 여전히 친박 인사들이라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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