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쿵"하고 떨어진 속초 건설 현장 승강기…함께 일하던 형은 숨지고 동생은 중태

속초=박소정 기자 속초=배미래 인턴기자(성균관대 국어국문학 수료)
입력 2019.08.14 18:33 수정 2019.08.14 20:16
속초 아파트 건설 현장서 승강기 추락…6명 사상
함께 작업하던 형제도 참변…형은 사망, 동생은 중태
"빨리빨리 작업하려다 보니 볼트 미리 풀어놔 추락한 듯"
부상 외국인 2명은 병원서 종적 감춰…불법체류 들통 우려한 듯
"비명과 ‘쿵’ 하고 큰 소리가 동시에 나길래 달려갔더니 아수라장이었어. 다 젊은 사람이던데…"

14일 강원 속초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경비 일을 하고 있던 김모(75)씨는 오전 승강기 사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리며 혀를 끌끌 찼다. 그는 "아침 7시에 모두 건설 현장에 모여 준비체조를 하던 모습이 선하다"며 "오전 7시 30분에 흩어져 일하기 시작한 지 채 1시간도 안 돼 이런 사고가 났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는데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현장 근로자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8분쯤 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건설용 리프트(승강기)가 추락해 함모(35)씨 등 근로자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들은 리프트를 지탱하기 위해 아파트 공사 현장 외벽에 설치된 구조물을 철거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리프트를 타고 한 층씩 내려오면서 ‘마스트’라고 불리는 세로 1.5m 정도의 정사각형 구조물을 하나씩 해체하는 작업이었다. 사고는 15층 높이에서 발생했다.

14일 강원 속초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건설용 리프트 추락 사고가 나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리프트가 떨어진 15층 지점의 모습. 외벽에 붙어 지지대 역할을 하는 월타이가 끊겨 있고, 해체되다 만 마스트(빨간 원) 잔해가 보인다. /속초=배미래 인턴기자
건설 현장에는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듯 지상으로 떨어진 마스트 잔해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15층 높이에서 해체되다 멈춘 마스트 기둥만 우뚝 서 있었다. 마스트와 외벽을 이어 리프트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월타이(거치대)도 부러진 채 아파트 외벽에 그대로 달려 있었다. 공사장 출입구 앞에는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으므로 추가적 재해 예방을 위해 전면 작업 중지를 명한다"는 내용의 ‘전면작업 중지명령서’도 붙었다.

14일 건설용 리프트 추락 사고가 발생한 강원 속초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출입문에 ‘전면작업 중지명령서’가 붙어 있다. /속초=배미래 인턴기자
이 사고로 근로자 함씨·변모(38)씨·원모(23)씨 등 3명이 숨지고, 변모(35)씨와 외국인 근로자 2명이 다치는 등 총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상자 중엔 형제도 있었는데, 이들 중 형 변씨가 숨지고 동생 변씨는 목숨을 건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동생 변씨는 원주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건설용 리프트 추락 사고가 발생한 강원 속초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속초=배미래 인턴기자
이들은 아파트 건설사에서 리프트 설치와 해체를 위해 따로 용역을 준 한 중소기업에서 고용한 이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현장에 총 4개 리프트가 설치돼 있었는데 어제까지 2개 해체가 완료됐고 오늘 남은 것들 중 1개를 철거하던 중이었다"면서 "빨리빨리 작업을 하려다 보니 시설물을 조여주는 역할을 하던 볼트를 미리 풀어놓았고 이 점이 추락 원인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지상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한 승강기 파편 등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외국인 근로자 A씨와 B씨는 이송된 속초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종적을 감췄다. 병원 관계자는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원무과 접수처에서 대기를 안내했는데, 오전 10시 30분쯤 신원 조회를 하기 위해 이들을 찾았더니 사라지고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40대 초반의 우즈베키스탄 또는 키르기스스탄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불리는 이름이 있었지만, 본명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도주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현재 출입국관리소와 함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리프트 해체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현장 감식을 거친 뒤 공사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부실시공이나 안전 의무 소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14일 건설용 리프트 추락 사고가 발생한 강원 속초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앞에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다. /속초=배미래 인턴기자



3일의 약속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