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변호 맡았다고 비난 댓글만 3000개 넘어…'마녀사냥' 논란

오경묵 기자 이혜림 인턴기자
입력 2019.08.14 10:44 수정 2019.08.14 14:37
남윤국 변호사의 입장글. / 블로그 캡처
제주 전(前) 남편 살해 사건의 피고인 고유정(36)의 변호를 맡은 남윤국 변호사의 블로그에 3000개가 넘는 비난 댓글이 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남 변호사는 비난 댓글을 단 네티즌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블로그 댓글 기능도 차단했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고유정 사건을 수임했던 사선 변호인단 5명이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고유정을 왜 변호하느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언론 보도 하루 만에 모두 사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변호사의 합법적인 변호 행위에 대한 여론재판식 비난과 공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고유정 변호인 "피고인, 공정한 재판 받도록 성실히 직무 수행할 것"
남 변호사는 13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형사사건 변호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남 변호사는 고유정이 선임한 사선 변호인이다. 그는 판사 출신으로 로펌에 소속된 A변호사와 함께 고유정 사건 변호를 맡았지만 A변호사는 최근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껴 변론을 맡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변호사는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했다.

남 변호사는 "제가 변호인으로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형사 사건에 관해 많은 국민적 관심과 비판적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언론에서 지금까지 보도된 바와 달리 그 사건에는 안타까운 진실이 있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저는 변호사로서 그 사명을 다해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고 그 재판 속에서 이 사건의 진실이 외면받지 않도록 성실히 제 직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만일 이런 제 업무 수행을 방해하려는 어떤 불법적인 행위(예를 들면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나 시도가 있다면 법률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 "왜 살인자 변호하나" 비난 댓글 수천개…일부 "고유정도 변호 받을 권리" 반박
그가 입장문을 게시한 지 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14일 오전 34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평소 800명 안팎의 블로그 방문자 수도 연이틀 8만명을 넘겼다.

남 변호사의 입장문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고유정과 남 변호사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안타까운 진실이 있더라도 이번 사건이 인간으로 태어나 할 수 있는 행동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피해자가 당신 가족이었어도 이렇게 변호할 것인가", "남편이 변태성욕자인데 펜션을 스스로 예약하나" 등 댓글이 달렸다.

특히 법학과 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이것이 현실이라면 법조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밝힌 댓글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살인자의 억울한 진실이 피해자의 인권을 제쳐둘 수 있는 것인지, 이런 것이 우리나라의 헌법과 형법의 천명이란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도 진정 억울한 사람들이 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왜 그들에겐 다소 법의 심판이 무겁게 적용되고 이런 살인자에겐 관대하게 적용되는 것일까"라고 했다. 이어 "‘억울한 진실’로 살인자가 응당 받아야 할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 저는 더이상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며 "정말 변호사님이 사명이란 것을 갖고 있다면 제대로 보여주시길 바란다"라고 썼다. 이 댓글은 차단되기 전까지 150명이 넘는 네티즌의 공감을 받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고유정도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변호사가 변호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남 변호사에 대한) ‘신상털이’가 걱정된다"라고 반박하는 댓글을 남겼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달 4일 고유정이 법률사무소 율현과 법무법인 금성에서 변호사 5명을 선임한 사실이 보도됐다. 변호인단 중에는 판사 출신과 생명공학과 출신 변호사가 포함됐다.
하지만 다음날 변호인단 5명은 모두 사임했다. 당시 한 변호사는 "(성실하게 일하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비판을 받는 등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형사소송법에는 '필요적 변호' 조항이 있다.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는 변호인 없이 재판을 열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피고인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경우 국선 변호사를 법원이 선정하도록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며 "특정 사건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박훈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남자가 전 부인이나 부인, 애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은 훨씬 많았다"며 "그들이 재판 마치고 나오는데 고유정처럼 경호를 뚫고 머리채를 잡히는 걸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살인범을 변호했다고 변호인을 이토록 극렬하게 비난한 것을 들은 적도 없다"며 "웬만히들 했으면 한다"고 썼다.

앞서 고유정 측은 지난 12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고유정의 전 남편 강 모씨가 성폭행을 시도했으며, 이에 고유정이 강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남 변호사는 강씨가 ‘변태성욕자’였다며 "피해자가 설거지를 하는 평화로운 전 아내의 뒷모습에서 옛날 추억을 떠올렸고, 자신의 무리한 성적 요구를 피고인이 거부하지 않았던 과거를 기대했던 것이 비극을 낳게 된 단초"라고 했다.

이에 피해자 강씨의 유족은 강하게 반발했다. 강씨의 남동생은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데 있어 큰 분노를 느낀다"며 "형님의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3일의 약속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