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한덕 응급의료센터장… 36년 만의 '민간인 국가유공자'

남정미 기자
입력 2019.08.14 03:38

설 연휴 근무 중 과로로 숨져… 국무회의서 '특별공로순직자'로

/LG공익재단
지난 2월 설 연휴 근무 중 과로로 인해 51세 나이로 숨진 윤한덕〈사진〉 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국무회의는 13일 고인을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순직자'로 인정하는 안을 의결했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 국가유공자가 된 것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로 순직한 대통령 주치의와 사진기자 이후 36년 만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유공자는 애국지사·참전유공자·순직공무원 등이 대상이지만, 국가보훈처 심의·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순직자'로 인정되면 민간인도 유공자가 될 수 있다.

그가 숨진 뒤 부하 직원들은 "당직표가 의미 없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한 주에 5~6일을 집에 가지 않고 4평(약 13㎡) 남짓한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잤다. 3년 전 아내 민영주(51)씨가 지인에게서 받아온 '마사지 베드'인데, 고인이 "원래 있던 침대가 낡았는데 잘됐다"며 사무실에 가져다 놓았다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환자가 적시에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 의료체계 기틀을 마련하는 등, 고인이 우리나라 응급의료정책 발전에 헌신적으로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했다.

고인은 전남대 의대 졸업 후 복지부 서기관을 거쳐 2012년부터 중앙응급의료센터장으로 일하며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도입, 권역외상센터 출범, 국가응급의료진료망(NEDIS) 구축에 힘썼다. 아내 민씨는 남편이 숨진 뒤 본지에 "젊은 시절 응급실에서 억울한 죽음을 보고 남편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곤 했다"며 "남편 가슴에 늘 가지고 있던, 응급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은 그래서 생겨난 것 같다"고 했다.

2010년 국립중앙의료원이 정부 소속 기관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되자, 고인은 응급의료센터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 공무원 신분을 포기하고 국립중앙의료원 직원이 됐다.

민씨는 13일 "(남편은) 오로지 생명을 살리는 것만이 평생 자신의 신념이었던 사람이었다"며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열정과 힘을 쏟았는데, 그 삶을 국가가 인정해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민씨는 "하늘에 있는 남편도 본인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 할 것"이라며 "아이들과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했다. 고인은 대학생·고등학생 아들 2명을 뒀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응급환자가 적시에 필요한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는, 환자 중심 응급의료체계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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