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익히는 데만 1년… 포기 모르는 '희망의 물살'

광주=주형식 기자 고희동 인턴기자(전남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입력 2019.08.14 03:17 수정 2019.08.14 03:46

광주세계수영 마스터스 출전… 자폐 극복한 이동현씨 '역영'
4년간 수천번 반복 훈련 소화, 어머니 "순위 중요하지 않아… 일반인들과 소통만으로 뿌듯"

13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동호인 축제인 '마스터스 대회' 남자 자유형 100m(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 출전한 이동현(28)씨 곁엔 어머니 정순희(58)씨가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몸을 푸는 동안 그는 어머니와 3번 레인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출발대에 선 아들 뒤에서 "파이팅!"이라고 나지막이 외쳤다.

어머니 응원을 받으며 힘차게 물살을 가른 이씨는 1분04초50으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25~29세 그룹 참가자 57명 중 51위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마지막 50m 구간에서 스퍼트를 올리는 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레이스를 마친 이씨는 잘했다는 어머니의 칭찬에 "소고기 먹고 싶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그러자 어머니도 물에 젖은 아들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주며 "오늘 최선을 다했으니까 저녁에 소고기 사줄게"라고 답했다. 이씨는 자유형 100m 외에 접영 50·100m에 도전한다. 어머니는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동현이가 장애 없는 사람들과 즐겁게 수영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한 이동현(왼쪽)씨와 어머니 정순희씨. 이씨가 수없는 반복 훈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어머니 정씨의 응원이었다. /김영근 기자

광주 수영동호회 '더원' 소속인 이씨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국내 동호인 1034명 중 유일한 장애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폐 증상을 보였다. 언어·심리 치료를 받으면서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다.

어머니 정씨는 '수영이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지인 얘기를 듣고 아들에게 수영을 권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수영을 접한 이씨는 학습 능력이 떨어져 자유형을 익히는 데만 1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4년 넘게 수 천번 반복 훈련한 끝에 네 가지 영법(자유형·배영·평영·접영)을 모두 구사할 수 있었다. 처음엔 힘든 훈련에 짜증도 냈지만 이젠 어머니에게 "우리 수영 안 가요?"라고 먼저 물을 정도로 매력에 빠졌다. 어머니 정씨는 "자폐 청년이 마라톤을 완주하는 영화 '말아톤'처럼 우리 동현이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주종목은 접영. 2009년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지적 장애 부문 4관왕(자유형 50m, 접영 50m, 혼성 혼계영 200m, 혼성 계영 200m)에 올랐다. 광주시장애인체육회 문병남씨의 지도를 받고 출전했던 2011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땐 2관왕(접영 50·100m)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되기엔 실력이 부족했다. 어머니 정씨는 "수영을 하면서 아들의 이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겐 축복"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24면
말모이100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