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혼밥' 좋아하는 골잡이, 밥 먹듯 골 폭풍

화성=김상윤 기자
입력 2019.08.14 03:16

K리그1 13골 득점 선두 타가트 "난 밥 먹을 때도 집중하는 남자"

한 분식집에서 혼자 돌솥비빔밥을 먹는 타가트. /온라인 커뮤니티
K리그 수원 삼성의 공격수 아담 타가트(26·호주)는 최근 한 분식점에서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 하는 사진이 팬에게 찍혀 화제가 됐다. 메뉴는 돌솥 비빔밥이었다. "혼밥을 즐기느냐"는 질문에 타가트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혼자 밥 먹는 걸 좋아합니다. 근데 제가 식사할 땐 사진을 찍어드리기 어려워요. 비빔밥이면 비빔밥, 잡채면 잡채, 집중해서 온전히 그 맛을 즐기고 싶거든요."

밥 먹을 때도 집중하는 남자, 타가트는 올 시즌 K리그 그라운드에서 남다른 집중력을 선보이고 있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뛰어난 결정력으로 한국 프로축구 무대에 선 첫해, 13골(21경기)로 득점 1위를 달린다. 7월 한 달 동안은 6경기(FA컵 포함)에 나와 7골로 매 경기 골망을 갈랐다. 최근 경기도 화성의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첫해라 힘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팀에 도움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매 경기 치르느라 그의 얼굴엔 피곤한 빛이 역력했다. 호주 남서쪽 해안 도시 퍼스 출신인 타가트는 "가까운 곳에 바다라도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그에겐 아무리 피곤해도 거르지 않는 루틴이 있다고 했다.

"필라테스를 10년째 하고 있어요.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몸을 유연하게 하는 비결이죠." 그는 어려운 동작에서도 득점을 올리는 골 결정력이 꾸준한 필라테스 덕분이라고 믿는다.

타가트는 스물한 살이던 2014년, 호주 대표로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두 경기를 뛸 만큼 촉망받았다. 월드컵이 끝나고 잉글랜드 풀럼으로 이적했지만, 1년간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이듬해 스코틀랜드 던디 유나이티드로 임대됐으나 9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호주로 돌아왔다.

K리그 득점 선두인 수원 삼성의 아담 타가트는 “한국에 와서 열심히 뛰었더니 5년 만에 호주 대표팀 호출을 받았다”며 “내게 새로운 기회를 준 수원을 위해 전력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그런 그에게 K리그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호주 선수들에게 K리그는 그리 낯설지 않다. K리그와 호주 A리그 클럽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호주 리그는 승강제도 없고 선수 간 경쟁도 그다지 치열하지 않아요. 반면 K리그는 매 경기가 정말 터프하고, 이변도 자주 일어나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원은 '아시아 쿼터'로 영입한 이란 출신 공격수 샤하브 자헤디의 약물 복용 전력을 뒤늦게 알고 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한 달여간 공들여 찾아낸 선수가 타가트였다. 그는 울산과의 K리그 개막전부터 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기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 6월엔 5년 만에 호주 대표팀에 이름을 올려 한국과의 A매치에 나섰다. 역대 553번째 호주 국가대표라는 의미로 오른쪽 허벅지에 캥거루 얼굴과 '553'이란 숫자를 문신으로 새길 만큼 '사커루(호주 축구 국가대표팀의 애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타가트는 지난달엔 K리그를 대표해 올스타전에 나서 골을 넣기도 했다. 영국 BBC는 "던디에서 버림받은 선수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며 타가트를 조명했다.

도전이 늘 즐겁다는 타가트는 "'영통(수원시 영통구)'에서 혼자 사는데 일상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수원과 화성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는 것도 타가트의 주요 일과다. 한식에도 거침없이 도전하는데, 최근 그의 입맛을 돋운 음식은 장어구이였다고 한다. 수원 동료들도 '수원 맛집'을 타가트에게 물어볼 정도다.

수원은 현재 7위(승점 32)라 올 시즌 K리그 우승을 노리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올 시즌 목표를 FA(대한축구협회)컵 우승으로 잡았다. 수원은 다음 달 화성FC와 4강전을 치른다. 타가트는 "FA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꼭 따내고 싶다. 수원 유니폼을 입고 호주 팀을 만난다면 무척 재미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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