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도 갑니다" 52시간 구인난에 버스기사 모시기

최원우 기자 백승연 인턴기자(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4년)
입력 2019.08.14 03:00

경기도 채용박람회… 회사들, 학자금·숙식 지원 내걸고 홍보
음주운전 기록 있고 경력 없는 사람까지 뽑아 부작용 우려도

"엄마 배 속부터 버스 기사가 어딨습니까? 공무원 출신, 은퇴한 은행지점장님 다 환영합니다!"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선 경기도 버스 업체들의 '기사 모시기'가 한창이었다. 경원여객 채용 담당자 이정익씨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우리 회사에는 전직 교감 선생님부터 헬리콥터 조종사까지 다 있다. 전 직장에 구애받지 말고 제2의 인생에 도전하라"고 외쳤다. 삽시간에 열댓 명이 이씨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입사 지원 안내서를 나눠주면서 "상담 일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1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버스기사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삼영운수의 채용 설명회를 듣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앞두고 기사 구인난에 몰린 버스업체들이 개최한 박람회다. /고운호 기자
이날 행사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당장 일손은 모자라는데, 구인난에 시달리는 경기도 버스업계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마련한 '경기도 버스 승무사원 채용 박람회'다. 지난 6월에도 한 차례 열렸고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이 주관하고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후원했다.

학자금 지원에 해외 유학까지 제시

1736㎡(525평) 규모 행사장은 36개 버스업체가 연 25개 부스와 방문객들로 가득 찼다. 오후 4시까지 700명이 이곳을 찾았다. 300인 이상 버스업체 21곳 중 19곳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9월을 넘기면 주 52시간 처벌 유예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들이다. 오후 1시 경남여객 등 버스업체들이 진행한 채용설명회에선 이런 절박한 심정이 드러났다. 경남여객 관계자는 "음주운전을 했어도 입사할 수 있다"고 했다. 300인 이상 업체인 성남시내버스 관계자는 "지난 6월 채용박람회에서는 4명밖에 뽑지 못했다"며 "경력 기사 채용은 꿈도 못 꾸고 아예 초보자를 뽑아서 교육하자는 전략으로 바꿨다"고 했다. 가평에서 운행하는 진흥고속 관계자는 "이제는 구인 모집 글을 올려도 지원자가 없어서 이런 자리에라도 찾아왔다"고 했다.

행사장 한가운데는 지역별 버스업체들이 구체적인 근무 조건을 내걸고 회사를 알리는 구인 공고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제시한 월급은 대부분 250만원 안팎이었다. 한 업체는 6개월 이상 재직자에게 학자금을 지원한다고 했고, 기숙사를 통해 무료 숙식을 제공한다고 했다. 대형 버스 기사가 될 경우 해외 유학을 보내준다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버스 대란 피하려 무더기 채용

당초 경기도는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버스 대란의 '뇌관'으로 꼽혔다. 경기도에 1일 2교대제를 시행하지 않아 평균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을 훌쩍 넘기는 300인 이상 업체가 여럿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버스 대란'은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국토부는 8월 기준 300인 이상 경기 버스업체 21곳 중 11곳이 인력을 추가 채용해 주 52시간을 준수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7월 한 달간 버스 기사 400여명을 추가 채용했다고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9월 계도 기간까지 700~ 800명 정도 추가 채용이 이뤄지면 버스 대란 없이 주 52시간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리하게 인력을 충원하면서 안전사고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버스업체 담당자는 "사람 구하기 어렵다 보니 경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뽑고 있다"고 했다. 과거엔 마을버스 1년 이상 경력자가 아니면 채용도 안 했는데 지금은 무경력자도 채용한다고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람이 모자라니 과거에 사고를 냈거나 부적응으로 버스 기사를 그만둔 사람들도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됐다"면서 "안전 교육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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