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봉 서훈' 띄웠던 사람들, 이번엔 "軍 출신 보훈처장 임명 철회하라"

이민석 기자
입력 2019.08.14 01:45

독립유공자·유족 靑초청 오찬… 靑, 공식입장 없이 "요구 검토"
김원웅 광복회장 "日버릇 고쳐라"… 함세웅 신부, 극일항쟁 문구 전달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연 독립 유공자·유족 오찬 행사에 참석한 일부 인사가 군(軍) 출신인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내정자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도 요청했다. 이들은 의열단장 출신으로 북한 정권 수립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김일성 정권 요직을 거쳤던 김원봉에 대한 '서훈(敍勳) 대국민 서명운동'을 기획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들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원웅 광복회장과 함세웅 신부가 지난달 만든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는 이날 대통령 오찬 간담회에 앞서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내정자 임명을 반대하는 내용의 요청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유족 초청 오찬에서 김원웅 광복회장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함세웅 신부가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극일항쟁’이라는 문구의 붓글씨. /뉴시스·연합뉴스

추진위는 문건에서 "군사 정권 시대처럼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군 출신 인사를 임명한다면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때와 같은 군 위주의 보훈 정책 시대로 돌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일본과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제2의 항일(抗日) 독립 정신이 요구되는 때에 분위기를 거스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김원웅 회장은 여당 국회의원 출신이고 함 신부는 좌파 성향 종교인이다. 김 회장과 함 신부 등은 보훈처장에 예비역 중장 출신인 박삼득 내정자 대신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 임명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비서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2007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대변인 겸 사무처장을 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은 (요청에 대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찬 건배사에서도 "지난 수십년 동안 민족의 이익을 지킬 도덕적 자격이 없는 친일 반민족 세력이 권력을 잡고 일본과 불평등한 굴욕 외교를 했다"며 "이젠 이렇게 잘못 길들여진 일본의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한다"고 했다. 함 신부는 '극일항쟁(克日抗爭)'이라는 문구가 담긴 붓글씨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립 유공자 오찬 행사에서 "국민들이 우리 경제를 흔들려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단호하면서도 두 나라 국민들 사이의 우호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성숙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나라와 나라 사이의 공존과 상생, 평화와 번영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잊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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