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그 실상 말하면 '가짜 뉴스'라니

입력 2019.08.14 03:20
지난해 근로자 1인당 평균 대출금이 4076만원으로, 1년 전보다 7.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가계 소득 증가율이 3.6%였으니, 소득보다 빚이 2배 이상 빨리 늘어난 셈이다. 부채를 감당 못해 법원에 파산 신청한 사람은 올 상반기 2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8.2% 증가했다. 정부는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려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소득 대신 빚만 늘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사회의 중심축인 중산층은 급감하고 있다. 중간 소득의 50~ 150% 계층을 의미하는 중산층 비율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3.7%에서 올해 58.5%로 급락했다. 중산층 비율은 꾸준히 늘었지만 문 정부 들어 감소세로 돌아서 2년 사이 5%포인트 이상 줄었다.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일자리가 2년 새 15만개나 사라지는 등의 고용 악화가 중산층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밀어붙이고 주 52시간제를 강행했지만 도리어 고용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54조원어치 일자리 예산을 퍼붓고 세금으로 노인 알바 같은 가짜 일자리를 양산했지만 고용 참사를 막지 못했다.

지난달 새로운 실업급여 신청자가 10만1000명에 달했고, 실업급여 월 지급액은 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저소득층 근로소득은 37%나 급감했고 하위 20% 계층 중 일자리 없는 무직 가구가 56%에 이른다. 소득원이 없어진 서민들은 보험을 해약하고 고리대금 빚으로 버티고 있다.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돌려받은 돈이 1년 새 2조원이나 늘었고,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빌린 사람이 412만명에 이른다. 여론조사에선 국민의 59%가 2년 새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13일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고 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OECD 꼴찌로 추락했고, 수출은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상장 기업 영업이익이 1년 새 40% 격감하고 기업 파산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는데도 경제가 "튼튼하다"고 한다. 실업률이 20년 만의 최악을 기록하고 청년 체감 실업률이 25%로 치솟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일자리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매달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것을 지칭해 "고용 안전망이 강화되고 있다"고도 한다.

문 대통령은 낙관론의 근거로 국제 신용 평가 회사들이 매기는 한국의 신용 등급이 일본보다 높다는 점도 들었다. 그러나 신용 등급은 금융 측면에서 한 나라의 부채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지 실물 경기나 경제 활력, 국민이 체감하는 현장 경제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직전에도 한국은 역대 최고 신용 등급을 받았지만 정확히 한 달 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다.

세계 3대 신용 평가 회사는 투자 부진, 기업 수익 악화 등을 이유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몇몇 글로벌 투자은행은 올해 한국 성장률이 10년 만의 최저인 1%대로 추락할 것이라 전망한다. 주가는 올 들어 G20 선진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고, 원화 가치는 아르헨티나 페소화 다음으로 낙폭이 크다. 주가와 환율은 시장이 매긴 경제성적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근거 없는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어려운 경제 실상을 말하면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지금 누가 말하는 것이 가짜 뉴스인가.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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