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에도 아랑곳 않고… 4연속 버디로 역전

민학수 기자
입력 2019.08.13 03:41

허미정, 스코티시오픈 우승… 대회 최저타 20언더파 기록
"우승하면 집 사주겠다고 하신 시아버지 덕에 더 간절해져"

"올해 초 우승하면 집을 사주겠다고 하신 시아버지 말씀 덕분에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호호호."

5년 동안 간절히 바라던 우승을 차지한 허미정(30)은 "링크스 코스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제 좋아질 것 같다"며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으니 올해 남은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평소 큰소리치는 걸 질색하는 성격인데, 이날은 신바람이 넘쳤다.

허미정은 12일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리크의 르네상스 클럽(파71·6293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코티시여자오픈에서 역전승을 차지하며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7000만원)를 받았다.

5년 만에 맛보는 승리의 샴페인은 더욱 짜릿할 듯하다. 12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코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허미정(왼쪽)이 남편과 포옹하는 순간 호주 교포 오수현이 샴페인을 터뜨리며 축하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그는 선두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출발해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며 대회 최저타 기록인 합계 20언더파 264타를 쳤다.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로 그린에 고이는 물을 경기 진행 요원들이 쉴 새 없이 닦아내야 하는 악천후 속에서도 혼자 다른 곳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코스를 술술 풀어나갔다. 공동 2위 이정은(23)과 모리야 쭈타누깐을 여유 있게 4타 차로 따돌렸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팬 중엔 "저렇게 잘 치는 선수가 왜 그렇게 오랜만에 우승하지?"라고 의아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176㎝의 키에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과 퍼팅까지 고루 잘한다. 그는 이날 티샷부터 퍼팅까지 빈틈없는 경기력으로 9~12번홀 4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에 오르는 집중력을 보였다.

허미정은 데뷔 첫해인 2009년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우승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두 번째 우승은 5년이 지난 2014년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찾아왔다. 당시 아버지가 캐디를 맡아 딸의 재기를 도왔었다. 허미정은 다시 5년을 기다려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이후 113번째 경기 만에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허미정은 "주니어 시절부터 엎어 치는 스윙 탓에 롱 게임이 흔들릴 때가 많았다"며 "완벽한 스윙을 추구하다 보니 오히려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고 되돌아봤다.

허미정은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해선 "지난 시즌 결혼 준비로 연습량이 충분하지 못했다. 좋은 가정을 꾸리고 최근 스윙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좋은 성적이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월 결혼 후 출전한 19개 대회에서 한 차례도 20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동계훈련 기간 신인으로 돌아간 것처럼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시아버지는 집을 사주겠다는 '통 큰 약속'으로 며느리 사기를 북돋웠다.

시즌 초 KIA클래식 3라운드에서 버디 10개를 잡아내며 10언더파 62타를 기록한 게 자신감을 되찾은 신호탄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은 에비앙챔피언십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현장을 직접 찾아 응원했다. 허미정이 우승을 확정 짓자 남편은 샴페인 세례와 함께 입을 맞췄다. 허미정은 "행복한 골프, 즐기는 골프를 하고 있다"며 "이젠 더 자주 우승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올해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 23개 대회에서 11승을 합작했다.


조선일보 A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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