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파트 값까지 정부가 결정, '선거 정치'로 변질된 집값 대책

입력 2019.08.13 03:19

정부가 서울 전역을 포함한 전국 31개 시·군·구에서 민간 아파트의 신규 분양가에 상한선을 두는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수요·공급의 시장 원리 대신 정부가 행정 권한으로 새 아파트 가격을 일일이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여당 내 일부 의원조차 부작용을 우려해 시행을 만류했는데 정치인 출신 국토부 장관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최근 들어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 값이 다시 오르자 초강력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집값은 안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시장 원리에 거꾸로 가는 대책은 결국 집값 불안으로 이어진다.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어 보여도 결국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입증된 사실이다. 새 아파트 공급 축소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부작용을 초래해 얼마간 시행되다 없어지곤 했다. 집값 안정의 효과가 있었다면 왜 이 제도가 지속되지 않았겠나. 이미 분양가 상한제 시행 움직임에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들은 25평형대가 20억원대를 돌파하는 등 연일 신고가를 갈아 치우고 있다. 기존 집 주인의 기득권은 강화되고, 유망 지역 주택시장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진다. 또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20~30% 싸게 책정되는 탓에 '로또 청약'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돈 많은 상류층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진다. 피해는 집 없는 서민과 가난한 계층에게 돌아간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금융·세제를 총동원해 수요 억제 정책을 펼치고,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했지만 결국 집값 급등세를 막지 못했다. 이 정부도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167만 가구 중 3분의 1이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다.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기본 욕망이다.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의 재건축은 억제하고 기피 지역에 신도시 건설을 고집하는 문 정부의 주택 정책은 본질이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고 한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 아파트 값을 잡아야겠다는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경제를 정치로 다룬 결과가 어떤 것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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