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보면 민주주의가 보인다

채민기 기자
입력 2019.08.10 03:00
스피노자의 거미

박지형 지음|이음
280쪽|1만5000원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사진)는 생활인으로선 렌즈 세공사였다. 여가 시간엔 거미를 관찰했다. 거미들을 서로 싸우게 하거나, 파리를 거미줄에 던져넣은 뒤 지켜보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생태학자인 저자의 상상은 여기서 시작된다. 위대한 철학자는 파리의 운명에서 무엇을 봤을까. 자연이 생물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생각하지 않았을까. 거미는 생존을 위해 파리를 먹이로 삼지만 파리를 노예처럼 부리진 않는다.

상상은 인류의 근대(近代)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약육강식의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서로 계약을 맺고 사회를 구성한다는 게 근대의 세계관이다. 그러나 실제 자연에선 생물들이 자원을 공유하며 상생하기도 한다. 예컨대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른 것은 종(種) 사이의 경쟁을 줄여 공존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근대 초기 정복자들이 신대륙 원주민을 착취해 막대한 부를 창출했듯 인간 사회에서 불평등과 자원의 편중이 나타난다.

우리의 믿음과 달리 근대사회란 소수가 더 많이 차지하도록 마련된 무대가 아니었을까. 저자는 모두가 행복한 '절대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민주적인 자원 배분 원리를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일보 A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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