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수단 방문거절, 일제 사무용품 회수…與 지자체·정치권의 '반일' 과열 경쟁

김명지 기자
입력 2019.08.07 13:37 수정 2019.08.07 14:47
여당 소속 지자체 중심으로 반일 캠페인 확산
서울 강남구청, 만국기에서 일장기만 떼내고 광진구청은 일본 연수단 방문 거절, 서대문구청은 일제 사무용품 타임캡슐 넣기 행사
여당에선 '도쿄 올림픽 보이콧' '도쿄 여행금지구역 지정' 주장까지 나와
중구청은 '노 재팬' 깃발 걸다가 상인 반발 등에 반나절만에 철거하기도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하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반일(反日) 대응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주로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가 장(長) 을 맡은 지역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자는 차원이지만 일부에선 감정에 치우친 과도한 이벤트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중구청이 명동을 비롯한 주요 거리에 이른바 '노 재팬(NO JAPAN)' 깃발 1100개를 걸었다가 4시간만에 철거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일본 불매 운동을 뜻하는 '노 재팬(NO JAPAN)' 깃발이 내걸린 가운데 외국인이 걷고 있다. 해당 깃발은 시민 항의로 당일 철거됐다. /연합뉴스
서울 광진구청은 오는 19~20일 예정돼 있던 '일본 희망연대' 연수단의 방문을 거절했다. 또 구에서 광진구 전 직원과 구민이 참여하는 '1일 1인 일본 규탄 릴레이 운동'도 실시해 범구민적 규탄대회로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청은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발표한 직후 관내에 게양한 만국기에서 일장기(총 14기)를 모두 걷었다. 강남구는 지난해 7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테헤란로와 영동대로 일대에 태극기와 함께 만국기를 걸었다. 현재 테헤란로 일대 일장기는 모두 철거된 상태다.

서울 서대문구청도 구청 대강당에서 각 부서에서 사용하던 일제 사무용품을 회수해 보관 상자(타임캡슐)에 넣는 '일본제품 사용 중지 타임캡슐' 규탄대회를 열었다. 강당 무대 앞에 '노, 보이콧 재팬'이라는 문구가 붙은 투명 아크릴 박스가 놓였고, 이 박스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과 직원들이 함께 일제 볼펜, 연필깎이, 레이저 프린터 등을 쏟아부었다. 이날 규탄행사에는 구청 직원 1300명 중에서 현장업무자를 제외하고 모두 참석했다. 문 구청장은 지난 2일 집무실에서 '국민과 함께 이겨냅니다. 올해 휴가는 국내에서'란 메시지를 담은 소셜미디어 릴레이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테헤란로에서 강남구청 관계자가 거리에 게양된 만국기 중 일장기를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서도 여당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반일 규탄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20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 협의를 추진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2020년도 도쿄 올림픽 불참 선언해 주시기를 청원한다"는 내용이 올라왔지만, 참여한 인원은 478명에 그쳤다. 일부에선 "4년간 올림픽 출전을 준비해온 선수들의 출전권을 박탈하는 문제를 정치권이 너무 쉽게 꺼낸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에선 도쿄에서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보다 4배 초과돼 검출됐다며 도쿄 등을 여행금지구역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조차 현재 '철수 권고' 지역이지 '여행 금지' 구역이 아니어서 사리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민간 교류를 위축시킬 수 있는 너무 앞서나간 주장이란 지적이 나왔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 가면 코피나(KOPINA)'라고 적힌 티셔츠를 공개했다. 정 전 의원은 "2020 올림픽도 참가하면 방사능 세슘 오염 때문에 코피나(KOPINA)고 암 걸린다는 것을 널리 알리겠다"며 "일본이 가장 아파하는 부분이 방사능 오염, 세슘 오염이다. 이 아킬레스건을 건들겠다"고 했다. 한동안 대중을 상대로 한 활동을 하지 않았던 정 전 의원은 지난 2일 "한·일 전쟁이 시작된 마당에 뒷짐지고 있을 수 없다"며 소셜미디어를 다시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중구청이 지난 6일 명동을 비롯한 주요 거리에 '반일(反日) 일제 불매'를 주장하는 이른바 '노 재팬(NO JAPAN)' 깃발 1100개를 걸었다가 상인 등 여론의 반발에 밀려 4시간여 만에 철거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구청이 깃발 게양 계획을 공개한 지난 5일 이후 깃발 게양에 반대하는 비판 글이 중구청 홈페이지에 400개 가량 쏟아졌다. 민주당 소속 서양호 구청장은 이런 반발에 처음에는 "왜 구청은 나서면 안 되지요? 왜 명동이면 안 되나요?"라고 했지만, 결국 "핫(hot)하게 붙으려다 쿨(cool)하게 접는다"며 물러섰다.

구로구청도 지난 4일 청사 건물 뒤편에 '노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예스 코리아: 많이 이용하겠습니다 자주 다니겠습니다'라고 쓴 배너를 내걸었다. 그러나 역시 시민 비판이 일자 이틀 만인 지난 6일 이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 필요한 것은 '질서 있는 극일운동'이지 감정을 앞세운 '무작정 반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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