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존 미흡·CCTV도 확인 안 해…경찰, '고유정 사건' 부실부사 최종결론

박상현 기자
입력 2019.08.07 13:29 수정 2019.08.07 20:42
경찰청은 7일 전(前)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6) 사건’을 수사한 제주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장보존 미흡 등 책임을 물어 박기남 당시 제주동부경찰서장 등 3명에 대해 감찰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 /연합뉴스
경찰청은 이날 ‘고유정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팀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팀은 △현장보존 미흡 △고유정이 범행에 사용한 ‘졸피뎀’ 존재의 파악 실패 △펜션 인근 폐쇄회로(CC)TV 내용 미확인 등을 부실수사 근거로 꼽았다.

진상조사팀은 먼저 범행 장소인 펜션에 대한 현장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현장에는 폴리스라인도 설치되지 않았다. 제주 경찰 측은 "펜션 주인이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요청에 따라 현장 보존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고유정의 현 남편에 의해 발견된 졸피뎀도 당시 수사관들은 존재 자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월 1일 고유정을 긴급체포할 당시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지만 졸피뎀 약봉지는 찾지 못했다. 경찰은 고유정의 파우치(작은 주머니)에서 졸피뎀 성분이 적힌 약봉지를 발견한 현 남편의 신고로 뒤늦게야 이를 확보했다.

당시 수사팀은 지난 5월 27일 고유정의 전 남편 강모(36)씨가 실종됐다는 강씨 가족들의 신고가 들어온 뒤 사건 현장을 찾았지만, 펜션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위치만 확인하고, CCTV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은) CCTV가 한 곳에만 존재하는 게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인근 CCTV를 보고 현장으로 이동하려고 했다는 진술을 했다"며 "다만 CCTV를 보는 순서 등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이 아쉬워 이 부분도 감찰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진상조사팀의 부실수사 결론에 따라, 경찰은 박기남 당시 제주동부서장, 제주동부서 형사과장, 여성청소년과장 등 3명을 감찰 의뢰할 예정이다. 감찰은 경찰청 본청에서 직접 담당한다.

고유정의 체포 장면이 담긴 영상을 박 전 서장이 유출했다는 ‘공보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조사팀은 박 전 서장이 경찰청, 지방청 등에 보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파악했다.

영상제공에 대한 최종 결정도 박 전 서장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관련 영상 제공은 피의자 인권 문제로 본청, 지방청 등의 내부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공보 규칙위반 여부 소지도 있어 이 부분도 감찰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전 서장은 지난달 11일 정기인사에서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으로 전보됐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2일 이연욱 경찰청 강력계장 등 5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팀을 제주동부서로 보내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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