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문재인 정부 '윤석열들'의 최후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8.01 18:19


어제 검찰 인사가 있었다. 국정농단 수사, 사법부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국정원 댓글 수사, 이처럼 이른바 ‘적폐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반면 현 정부와 여권 인사들을 겨냥해 수사를 했던 검사들은 한직으로 발령이 났다. 서울동부지검과 서울남부지검 지휘라인이 쓴맛을 봤다.

주진우 검사. 나이 마흔네 살. 사법연수원 31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을 하고 있었다. 주진우 부장검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사건을 수사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주진우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안동지청장으로 임명됐다. 안동지청은 검사 5명만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이다.
주진우 검사의 직속상관이었던 권순철 동부지검 차장. 나이는 쉰, 사법연수원 25기다. 검사장 승진에 실패했다.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이었던 한찬식 전 검사장, 나이 쉰한 살, 사법연수원 21기. 이 사람은 고검장 승진에 누락돼 최근 옷을 벗었다. 한찬식 전 검사장은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도 지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다. 워낙 내부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던 사람이었기에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청와대가 그의 승진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번에는 서울남부지검으로 가보자. 김범기 남부지검 2차장. 나이 쉰한 살, 사법연수원 26기다. 김범기 차장은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 고검 형사부장으로 발령이 났다. 김범기 차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해왔다. 수사를 총괄 지휘해온 권익환 남부지검장은 윤석열 총장 취임을 앞두고 사표를 냈다.
검찰도 서울에 있는 재경(在京) 지검이 요직이다. 동부지검, 남부지검, 북부지검, 서부지검, 이렇게 네 곳이 있다. 그 네 곳의 차장 검사 중에서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차장 검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지휘한 한찬식, ‘손혜원 부동산 의혹’을 수사 지휘한 김범기, 두 차장검사뿐이다.

이번에는 경기도로 가보자. 차경환 수원지검장. 쉰 살, 사법연수원 22기다. 이번에 옷을 벗었다. 차경환 전 지검장은 2013년 수원지검 2차장 시절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동기생 중에 가장 먼저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승장구했는데, 이제 그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 단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김웅 단장. 나이 마흔아홉, 사법연수원 29기다. 그는 한 방송 토론회에 검찰 측 패널로 나와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교수로 발령 났다.

지난 7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줬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그를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부르면서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말했다. "우리 윤 총장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권력형 비리를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들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주십시오." 그 다음 대목이 중요했다. "내가 그 점을 강조하는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사가 전부인 검찰에서 한찬식 지검장의 사의는 단순한 사의가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일요신문)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완전히 편을 가르는 인사다." "현 정부에 불리한 수사를 한 사람에게는 인사 불이익을 주면서 검사들에게 ‘알아서 잘 하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서울에서 부장검사 자리에 있는 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사권으로 검찰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어느 정권에나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티 나게 한 적은 없는 것 같다."(중앙일보)

검찰 내부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은 신상필벌인데,) ‘정권의 신상필벌’이다."(동아일보)

이번 검찰 인사에서 청와대와 여당 등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겨눈 검사는 지방으로 가거나 한직으로 쫓겨난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말로는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하지만, 인사로는 엄정하게 수사하려 한 사람을 내치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준 셈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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