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미국 경제 성장 10가지 비법

방현철 경제부 차장
입력 2019.07.30 03:12
방현철 경제부 차장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여전히 글로벌 성장이 부진하다'며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을 3.3%에서 3.2%로 낮췄다. IMF 전망대로면 올해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1%) 이후 가장 우울한 성적표를 내게 된다.

그 와중에 미국은 '나 홀로 호황'이다. 2009년 6월부터 10년1개월 연속 경기가 확장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확장 기록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경제가 2.6%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경제 성장세를 비교하려면 단순히 성장률 숫자를 볼 수도 있지만, 각국 경제에 잠재(潛在)한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 성장세가 그보다 나은지 덜한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의 기초 체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을 비교하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1.8%로 본다. 미국이 IMF 전망대로 2.6% 성장하면 기초 체력(1.8%)보다 40%쯤 더 나은 경제 실력을 보여주는 셈이다.

IMF는 유럽과 일본의 성장 속도가 감속하는 걸 걱정했다. 그런데도 두 곳 모두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IMF는 내다보고 있다. 유로 지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1.3%로 잠재성장률 수준(1.3%)과 같다. 일본은 올해 잠재성장률인 0.6~0.7%보다 높은 0.9%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이나 일본 경제가 어려워졌다고는 해도 제 몫은 하고 있단 뜻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 25일 한국은행은 2분기(4~6월)에 우리 경제가 1.1% 커졌다고 했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1분기에 -0.4%로 역성장했기 때문에 올해는 잘 해봐야 2.2% 성장할 것이란 게 한은의 전망이다. 외국 기관들은 1%대 성장을 내다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인 2.5~2.6%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차이도 크다. 남들은 어려워도 기초 체력 수준은 지키는데, 우리만 허약한 체력에 숨을 가쁘게 쉬고 있다.

이럴 땐 글로벌 성장 모범생인 미국의 비법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고(故)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2017년 낸 '왜 미국의 성장은 다른 산업국보다 낫나'란 논문은 좋은 참고가 된다. 그는 미국 성장의 바탕을 10가지로 들었다. 기업가 정신, 기업가 활동을 지원하는 금융 시스템, 세계 수준의 연구 대학, 유연한 노동시장, 늘어나는 인구, 강도 높은 장시간 노동을 권하는 문화, 에너지 독립, 기업 친화적 규제 환경, 작은 정부, 분권 정치 시스템 등이다. 하나같이 우리 정부가 역주행하는 것들이다. 글로벌 불황이니 미·중 무역 전쟁이니 하며 남 탓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실력 발휘를 못 하게 발목 잡는 '역성장 정책'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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