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제 첫 인사 후폭풍…'이석기 수사' 등 고참 공안통들 줄사표

오경묵 기자
입력 2019.07.29 19:34 수정 2019.07.29 21:39
후배 검사장 탄생하자 승진 못한 24~25기 ‘줄사표’
‘정상회담 회의록’ ‘이석기 내란선동’ 수사 ‘공안통’ 잇따라 사표
盧정부 시절 ‘검사와의 대화’ 마지막 검사도 떠나
"‘특수통’ 뜨고 ‘기획·공안통’ 홀대 받는 분위기 반영된 듯"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취임 직후인 지난달 26일 단행된 첫 검사장급 이상 인사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사법연수원 기준 27기 검사장이 탄생한 가운데, 승진에 실패한 24~25기 검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왼쪽부터 김병현 서울고검 검사, 서영수 수원지검 1차장검사, 정수봉 광주지검 차장검사, 김광수 부산지검 1차장검사. /조선DB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정수봉(53·25기)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김병현(54·25기) 서울고검 검사, 서영수(50·25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연이어 검찰 조직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차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말씀을 올리려 모니터를 마주하니 텅빈 바탕 곳곳에서 지난 기억들이 뭉게뭉게 피어난다"며 "존경하는 선후배님들, 믿고 의지했던 수사관·실무관님들, 이제야 감사의 마음이 샘솟아 화면을 흠뻑 적신다"고 했다. 그는 '궁불실의 달불이도(窮不失義 達不離道·어렵다고 의기를 잃지 말고 잘 풀린다고 도를 벗어나지 말라)'라는 맹자의 구절을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 남겼다. 정 차장검사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을 거친 검찰 내 대표적 ‘기획통’으로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히 김광수(51·25기) 부산지검 1차장검사, 최태원(49·25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사표를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차장검사와 최 부장 모두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김 차장검사는 법무부 공안기획과장과 대변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등을 거쳤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당시 노무현 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지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기소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에 이관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최 부장도 ‘공안통’으로 꼽힌다. 대전지검·부산지검 공안부장과 법무부 통일법무과장으로 근무했다. 2013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는 수원지검 공안부장으로 일했다. 당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란음모·내란선동 사건을 수사했다. 통상 부장검사의 경우 근무 기간은 1년이지만, 이 의원에 대한 재판이 길어지면서 공소유지를 위해 이례적으로 최 부장이 1년 더 근무하게 된 것이다. 최 부장은 이후 여주지청장과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검사장 인사를 보면 특수통이 뜨고, 기획과 공안은 다소 홀대받는 분위기"라며 "대표적인 공안통인 김 차장과 최 부장이 두 차례 검사장 승진에서 밀린 뒤 미련을 버린 것 같다"고 했다.

역시 공안통인 김병현 검사도 검찰 내부망에 "이제 조직을 떠나고자 한다. 그동안 저를 아시던 분들께 참으로 미흡했고, 저를 모르시던 분들께는 더더욱 부족했다"며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던 검사 김병현, 인생의 일부를 함께 해주셨던 선후배님들께 작별인사를 고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 검사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있었던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했던 평검사 가운데 마지막까지 검찰에 남아있던 이가 사표를 던진 것이다. 김 검사는 인천지검 공안부장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등으로 근무했다.

서영수 차장검사도 이날 내부망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평생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검사 직을 내려놓는다"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거라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막상 평생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려고 하니 아쉬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이성희 대전지검 차장(55·25기), 이형택(55·24기) 서울고검 공판부장, 박장우(52·24기) 서울고검 검사, 김영기(53·27기)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조만간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인사 직전까지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검사들이 추가로 사표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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